애니메이션 콘텐츠 전문 유통사 ‘애니플러스’의 질주가 심상찮다. 2024년 매출액 1309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내며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추후 전망도 밝다. 애니메이션 콘텐츠 관련 수익 파이프라인을 탄탄히 갖춰서다. 애니플러스는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신작 애니메이션의 약 70%를 수입해온다. 확보한 판권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OTT 서비스와 굿즈 사업까지 벌인다. 수입부터 유통, 그리고 송출, 2차 수익화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증권가는 올해 애니플러스가 매출액 1412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내며 순항할 것으로 내다본다.

애니메이션 방송국에서 시작
국내 애니 시장 85% 점유한 독점자로
애니플러스는 애니메이션을 핵심 콘텐츠로 하는 방송부터 OTT, 극장판 애니메이션 배급, 전시 이벤트, 드라마 제작 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다.
역사는 비교적 짧다. 본래 C&그룹 산하 경제 채널이었던 생활경제TV로 시작했다. 이후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C&그룹이 해체되면서 변화를 겪었다. 제이제이미디어웍스(현 애니플러스 방송국 대주주)가 생활경제TV를 인수하며 장르를 애니메이션 채널로 전환했다. 이후 2009년 12월 7일 애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개국했다.
후발 주자였던 애니플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략은 ‘마니아물’과 ‘동시 방영’이었다.
당시 애니메이션 수입 시장은 CJ E&M의 투니버스와 대원미디어 챔프 등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 시장에서 인지도 높고, 인기 작품 판권을 다량으로 보유한 이들과의 정면승부는 무리였다. 애니플러스는 우회 공략을 택했다. 마니아는 많지만, 국내 정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수입이 잘되지 않던 애니메이션을 적극 수입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가 대폭 늘었다.
일본에서 방영된 작품을 시간이 지나서 들여오던 업계 관행도 뒤집었다. 2010년대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수입한 후 ‘더빙(한국 성우의 목소리를 입히는 것)’해 내보내는 게 원칙이었다. 더빙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일본 현지에서는 이미 방영된 작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애니플러스는 이런 원칙을 깼다. 일본 현지 성우 목소리에 자막만 빠르게 입혀 ‘동시 방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본에서 갓 나온 신작을 한국에서도 바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시청자가 몰렸다. 차츰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2020년대 들어 애니플러스는 일본 신작 애니메이션 수입·유통 물량의 70%를 배급하는 거대 콘텐츠사로 도약했다.
이후 적극적인 M&A로 사세를 더 불렸다. 2022년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 지분 43.9%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라프텔은 국내 OTT 중 유일한 흑자 플랫폼이다. 2023년에는 경쟁사 애니맥스 지분 100%를 인수하며 애니메이션 방송 시장점유율을 85%까지 끌어올렸다.
연달아 시행한 M&A는 ‘신의 한 수’였다. 2024년 애니플러스가 최대 실적을 낸 배경에는 M&A로 사들인 회사들의 호실적이 자리한다. 애니맥스와 라프텔은 지난해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2개사와 애니플러스 등 애니메이션 사업을 영위하는 3개사 합산 매출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애니맥스는 귀멸의 칼날, 하이큐 등 독점 대표작을 중심으로 애니플러스와 통합 이후 VOD 배급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5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애니메이션 전문 OTT 플랫폼 라프텔은 지난해 신규 가입자 100만명, 유료 가입자 30% 이상 증가를 기록해 전년 대비 2배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액 역시 297억원에서 34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동남아시아 글로벌 서비스의 월 방문자 수(MAU)가 사전 서비스 기간에만 3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 예정된 정식 유료 서비스를 발표하면 더 많은 이용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 애니메이션 사업 발굴
전시·굿즈·드라마 3박자로 승부
애니플러스의 다음 목표는 비(非)애니메이션 사업 강화다.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 사업은 리스크가 크다. 일본과 관계가 악화되면, 매출이 급전직하하는 탓이다. 실제로 노노재팬 운동이 한창이던 2018~2020년 애니플러스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2020년에는 아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회사 매출 상당수가 애니메이션 사업부에 몰린 상황, 회사 생존을 위해서라도 다각화는 필수다. 애니플러스가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우는 사업은 전시 사업, 드라마 제작, 그리고 굿즈 제작이다. 현재 이들 비애니메이션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남짓이다. 추후 이들 사업 규모가 커져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커진다면, 애니메이션 사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전시 사업은 계열사 ‘미디어앤아트’가 담당한다. 2014년 애니플러스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계열사다. 각종 사진전을 비롯해 전시 기획, 국내외 상설 전시장 운영, 전시 IP 라이선스 사업 등을 운영한다. 사업은 상승세다. 전시 누적 관람객은 500만명에 달하고, 2024년에는 전시 사업으로 매출 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흑자를 기록했다.
드라마 제작은 2020년 제작사 ‘위매드’를 인수하며 시작했다. 위매드는 2019년 설립된 신생 제작사다. 업력은 짧지만 경력은 화려하다. 2021년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제작했다. 배우 이준호와 이세영을 앞세운 이 작품은 방영 당시 송혜교와 전지현이라는 대스타가 출현한 라이벌작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흥행 성공으로 모회사 애니플러스 주가가 방영 기간 동안 10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위매드는 2024년에도 128억원 매출을 거두며 선방했다. 올해 하반기엔 사극 ‘체크인 한양’을 선보인다. 드라마 제작 사업이 자리 잡는다면, 애니메이션에 이은 새로운 회사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굿즈 사업은 확보한 판권을 활용해 캐릭터 상품 판매, ‘콜라보 카페’ 사업 등을 진행하는 식이다. 캐릭터 상품 제작 판매는 자회사인 로운컴퍼니가 담당한다. 인형과 피규어, 컵 등 상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지난해 140억원 매출을 올리며 완연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콜라보 카페는 카페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콘셉트를 입힌 매장이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음식과 음료를 팔거나, 매장 전체 인테리어를 애니메이션풍으로 꾸민 카페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는 ‘필수 방문 코스’로 유명하다. 이들 사업을 활용,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팬덤’의 소비력을 적극 끌어온다는 복안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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