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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대국 일본에 부는 ‘무알코올’ 바람 [JAPAN NOW]

술 권하던 시대는 끝났나

  • 도쿄 = 이승훈 특파원
  • 기사입력:2025.05.01 12:29:01
  • 최종수정:2025.05.01 12: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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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던 시대는 끝났나
아사히맥주 자회사 스마도리의 다카하시 데츠야 대표가 무알코올 음료로 제조된 칵테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승훈 특파원)
아사히맥주 자회사 스마도리의 다카하시 데츠야 대표가 무알코올 음료로 제조된 칵테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승훈 특파원)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와 산토리 등 대형 맥주 회사가 즐비한 일본은 맥주 대국으로 통한다. 지난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면서 맥주 판매는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양대 산맥인 아사히와 기린이 4월 15일에 동시에 신상품을 선보였다. 기린은 주력 제품 ‘이치방시보리’의 밀맥주 버전인 ‘화이트’를 내놓았다. 같은 날 아사히는 ‘더 비터리스트’를 공개했다. 화이트는 밀맥주 특유의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캔 색상도 이를 상징하는 하얀색이다. 반면 아사히가 7년 만에 내놓은 대형 신상품은 맥주 도수를 6도로 올리고 씁쓸한 맛을 강조했다. 캔 색상이 검은색이라 아사히의 하얀 캔과 완전히 대비되는 구조다.

일본 기업 회계연도는 4월부터 시작이라 이들은 올해를 대표하는 상품이 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전쟁을 선포한 두 회사이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바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알코올 음료 소비가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40~60대 알코올 섭취 비중은 남녀 합쳐 40%에 육박하지만, 20~30대의 경우 20%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여성층은 이 비율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일본 맥주 업계가 적극적으로 무알코올·저알코올 음료 마케팅에 나섰다. 올해 새롭게 출시되는 무알코올 맥주만 60%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출시할 무알코올 제품 60%↑

아사히는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인 ‘아사히 제로’를 내놓고 애초 계획보다 3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힘을 받아 ‘스마트 드링킹’을 의미하는 일본식 조어인 ‘스마도리’ 캠페인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스마도리는 아사히맥주와 광고 회사 덴츠 자회사인 덴츠디지털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기성세대 알코올 문화와 다르게 다양한 사람이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술을 마시는 문화를 추구한다.

2022년 6월에는 도쿄 시부야에 ‘스마도리 바’라는 이름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의 바도 문을 열었다. 여기에서는 알코올 함량 0%, 0.5%, 3% 중 선택해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 등을 마실 수 있다. 최근까지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7만명에 달한다. 도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색다른 바를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한국 젊은이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 아사히맥주는 스마도리 바를 일본 나고야와 오사카, 후쿠오카와 함께 서울에서도 열기로 했다. 서울 스마도리 바는 성수동 마를리에서 7월 19일부터 31일까지 13일간 운영된다. 기린맥주도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인 ‘기린 그린즈프리’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2020년에 나온 후 2억캔 넘게 팔리는 등 일본 사회에서도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기린은 젊은 층에 올바른 음주 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4월에는 일본 대표 사학인 와세다대에서 ‘적정 음주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5월 연휴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즐겁게 음주하는 방법을 알려 잠재 고객으로 삼기 위한 목적이다.

산토리도 최근 무알코올 맥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1월에는 회사 내에 ‘논알코올부’라는 이름의 부서를 신설하고 과거 히트 상품을 출시한 주역을 부서장으로 임명했다. 산토리는 최근 무알코올 맥주 브랜드인 ‘올 프리’를 대대적으로 새단장하고 여기에 레몬 등을 첨가한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단순한 무알코올보다 젊은 층에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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