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객 사무실로 가지않고 고객을 제 사무실로 모셔와 상담을 시작하는게 영업 비결입니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에 나오는 탐정 에르큘 포와르는 사건현장을 직접 누비지 않는다. 대신 편안한 사무실 안락의자에 앉아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사건 전후관계를 전해듣고선 직관적으로 범인을 추리해낸다. 이를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고 부른다.
29일 기아의 34번째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된 목포지점의 서상배 선임 오토컨설턴트는 말하자면 ‘안락의자형 오토컨설턴트’다. 서 선임은 “지점 3층의 사무실 밖으로는 잘 나가지 않고 대부분 업무를 사무실 안에서 처리한다”며 “아마 동료들은 제가 어떻게 차를 파는지 궁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을 고객을 만나면 주변에 ‘현대차가 더 좋은데 왜 기아차를 사냐’, ‘그 가격이면 수입차를 사라’며 훈수를 두는 분들이 꼭 함께 나온다”며 “이런 분들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차량 판매의 80%는 이뤄진거나 마찬가지”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서 선임은 고객과의 약속 장소를 본인의 사무실로 잡는다. 1층 전시장을 지나면서 기아차를 구경하고 2층의 직원 업무공간을 지나 3층으로 올라와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조용히 차에 대해 설명하면 금새 신뢰관계가 만들어지고 대부분 기아차를 선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서 선임이 처음부터 이런 영업방법을 사용한건 아니다. 서 선임은 기아가 아직 현대차그룹에 속하기 전인 1992년 기아 울산 지점에 입사했다. 당시 운전면허증도 없었다는 서 선임은 버스를 타고 지점으로 출근해 카탈로그가 든 가방을 챙긴 뒤 주변을 걸어다니며 하루 종일 명함을 돌렸다고 한다. 게다가 그때는 기아의 승용차 생산을 막는 자동차 산업 합리화 조치가 풀린지 3년 밖에 안되던 때다. 서 선임은 “승용차가 아닌 베스타라는 승합차와 점보 타이탄이란 1.2톤 화물차가 판매 상품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서 선임이 울산을 누비고 다니며 알게된 점은 현대차의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울산에도 현대차 외의 차를 원하는 수요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서 선임은 “현대차와 라이벌 관계의 기업이라던지, 잦은 파업을 하는 현대차 노조를 안좋게 보는 자영업자들이라던지 현대차말고 다른 브랜드를 사겠다는 고객들이 분명히 있었다”며 “첫번째 차와 두번째 차는 피아노 학원과 이삿짐 센터에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1996년 무렵 집안 문제로 아내의 고향인 목포로 떠나게 됐다. 목포는 울산보다 훨씬 작은 도시였다. 그는 “새로운 곳에 왔으니 이전과는 다른 영업방법을 써보자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같은 서씨 들이 많이 모여산다는 지역을 무작정 찾아갔다. 자연스레 지역의 운동 모임 등에 참여하게 됐고 그 모임에서 역할도 맡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인맥을 통해 점점 지인을 늘려갔다.
지금도 서 선임의 고객 70% 이상은 서 선임으로부터 한 번 이상 차를 구매했던 재구매 고객이다. 서 선임은 “영업직원이 외근을 안나가고 사무실에서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지인들을 관리하고 챙기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며 “다만 고객이 원하는 일은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해드리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레 재구매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확실히 자리잡게 된 계기는 외환위기가 막 끝나가던 시절 ‘현대삼호중공업’의 당시 김모 부사장 덕이다. 서 선임은 “김 부사장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에게 기아의 신형 경차 ‘비스토’를 사주는데 차가 출고될 시점에 갑자기 ‘에어백’이 있는 비스토는 없냐고 물어보는 거다”며 “비스토는 에어백이 없는 차량이라 그럴 수 없다고 했더니 무척 실망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서 선임은 마침 당시 TV광고를 하던 부착형 에어백을 떠올렸다. 에어백이 없는 차량을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핸들에 붙이면 에어백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는 제품이었다. 서 선임은 “에어백 키트를 사서 부착해 차량을 서울로 실어보내자고 제안하자 김 부사장이 무척 기뻐하셨다”며 “그 이후 계열사인 현대차만 구매하던 현대삼호중공업이 기아 차를 한두대씩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소문이 나면서 보해양조 등 지역 기업들이 기아 차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이들 역시 서 선임이 판매왕으로 자리잡는데 큰 힘이 됐다.
서 선임은 33년 동안 꾸준히 실적을 쌓으며 연평균 121대, 누계 4001대를 판매해 기아의 34번째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랜드 마스터는 기아에서 누계 판매 4000대를 달성한 우수 오토컨설턴트에게 주어진다.
서상배 선임 오토컨설턴트는 수상소감으로 “매일 아침 새로운 고객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한결같이 저를 신뢰하고 재구매와 추천으로 성원해 준 고객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아는 영업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오토컨설턴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건강한 판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장기판매 명예 포상 제도 ▲기아 스타 어워즈(KIA Star Awards) 등 다양한 포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아는 장기판매 명예 포상 제도를 통해 누적 판매 ▲2000대 달성 시 ‘스타(Star)’ ▲3000대 달성 시 ‘마스터(Master)’ ▲4000대 달성 시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5000대 달성 시 ‘그레이트 마스터(Great Master)’ 칭호를 부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