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대기업이 ‘상조 시장’서 뭐 먹을 게 있다고?

웅진도, 코웨이도 잇따라 진출

  • 나건웅
  • 기사입력:2025.03.14 12:24:07
  • 최종수정:2025.03.14 12:24:07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웅진도, 코웨이도 잇따라 진출

국내 상조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이 잇달아 문을 두드리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이다. 넷마블 계열사이자 렌털 업계 1위 코웨이가 지난해 10월 상조업 본격화를 알린 데 이어, 최근엔 웅진그룹이 국내 1위 상조 기업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상조 시장이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장례 시장 자체가 커진 데다 최근에는 2030세대 가입도 계속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단순히 장례를 돕는 서비스를 넘어 최근엔 웨딩·여행·인테리어 등 생애주기 전반으로 서비스가 확장하면서 젊은 세대 관심이 커졌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신규 진입한 대기업이 여럿이다.

사진설명

상조 자회사 설립한 코웨이

웅진, 프리드라이프 인수 눈앞

한국 상조 산업은 선수금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선수금은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향후 장례 준비를 위해 미리 내는 할부금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월에 3만원씩 10년을 냈다면, 360만원어치 장례 서비스를 보장받는 방식이다. 가입 시점 물가를 반영해 계약이 이뤄지는 데다 한 달에 큰 부담 없는 액수만 내면 되는 덕에,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이들이 적금처럼 많이 가입해왔다.

상조 시장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2015년 3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선수금 규모는 지난해 초 기준 9조4000억원을 넘어서며 올해는 1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같은 기간 가입자 수 역시 404만명에서 892만명까지 2배 이상 늘었다. 반대로 상조 업체 수는 243개에서 77개까지 줄었다. 2019년 정부가 자본금 15억원 이상, 선수금 50% 이상 예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면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이 가속화된 결과다.

최근에는 유독 대기업 진출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0월 코웨이가 100% 자회사인 코웨이라이프솔루션을 설립하며 올해 상반기 상조 시장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다. 웅진그룹은 선수금 기준 상조 업계 1위 기업인 프리드라이프 인수에 나섰다. 프리드라이프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인수를 위한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다.

기존 플레이어 중에서도 대기업이 적잖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선수금을 보유한 프리드라이프(2조2964억원)에 이어 업계 2위인 교원라이프(1조3266억원)와 3위 대명스테이션(1조2633억원) 역시 각각 교원그룹과 대명소노그룹 계열사다.

상조 서비스에 제품 ‘끼워팔기’

기존 사업·영업 네트워크와 ‘시너지’

웅진과 코웨이가 잇따라 상조 시장 진출에 나선 이유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첫째, 기존 사업과 시너지다. ‘전환 상품’이 핵심이다. 최근 상조 업체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장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행·웨딩·교육·인테리어·건강검진·반려동물 케어까지 전방위로 확산하는 중이다. 미리 낸 돈으로 장례를 치르는 대신 다른 서비스로 바꿔 받는다 해서 ‘전환 상품’이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머나먼 미래로 느껴지는 장례 대신 당장 필요한 서비스로 갈아타고자 하는 수요가 커졌다. 예를 들어 완납한 선수금으로 웨딩홀을 이용하거나 어학연수, 돌잔치, 홈 인테리어, 리조트·크루즈 여행 등에 보태 쓰는 형태다.

교육과 렌털 부문에서 강점을 갖는 웅진과 코웨이가 상조 시장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사업 영역을 전환 상품으로 설정해 상조 서비스와 결합 판매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난 것이 없다. 하지만 다른 기업 사례를 통해 앞으로 사업 방향을 예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원라이프가 판매하는 ‘LG구독 교원’ 결합 상품은 장례·웨딩·교육·크루즈 여행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동시에 LG 가전 구독 시 총 80만~130만원 수준으로 구독 요금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눈높이 학습지로 유명한 대교 계열사 ‘대교뉴이프’는 상조 서비스 멤버십 가입 시 웰엔딩 교육과 함께 평생교육원 수강 우대 등 시니어 교육 혜택을 제공한다.

한 상조 업계 관계자는 “교육과 렌털 같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사업 영역을 전환 상품으로 들여오면 상조 서비스와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특히 웅진이나 코웨이처럼 각 사업에서 오랜 기간 구축해온 방문 판매 영업망과 영업 전문 인력이 있다면 더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둘째, 신사업 수요다. 교육 산업은 저출생·고령화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수요 자체가 줄었다. 이때 시니어를 겨냥한 상조 서비스는 인구 변화 리스크를 헤지(분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성인 교육과 건기식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인 웅진그룹은 시너지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렌털 업계에서도 상조가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있다. 렌털 시장 주 고객층은 4050 이상 중장년 세대다. 유입이 절실한 세대는 2030이다. 최근 오히려 2030세대 상조 상품 가입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렌털 업계는 가능성을 본다. 프리드라이프 지난해 2030세대 신규 계약 수는 2021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보람상조 역시 2021년 17%였던 2030 가입 비율이 2023년 30%로 증가했다. 한 상조 업계 관계자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상조 서비스도 구독경제의 일종으로 여긴다.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골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월 납입으로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라며 “상조 가입에 대한 2030 관심 증가와 구독경제 선호도는 렌털 업계와도 꼭 맞다”고 설명했다.

상조 서비스는 최근 다양한 ‘전환 상품’을 선보이며 생애주기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장례 대신 웨딩·여행·어학연수·인테리어·건강검진·반려동물 케어 등으로 바꿔 사용하는 식이다. (프리드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상조 서비스는 최근 다양한 ‘전환 상품’을 선보이며 생애주기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장례 대신 웨딩·여행·어학연수·인테리어·건강검진·반려동물 케어 등으로 바꿔 사용하는 식이다. (프리드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커지는 상조 시장…투명성 높여야

대기업 진출로 ‘출혈 경쟁’ 우려도

웅진그룹과 코웨이 가세로 상조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상조 업계는 대기업 진출로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출혈 경쟁 등 부작용도 우려하는 눈치다. 한 상조 업계 관계자는 “웅진과 코웨이가 본격 시장에 뛰어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모객 경쟁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고객 확보를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 등 출혈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기업 진출을 계기로 선수금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시장 전반에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행법상 상조 기업은 회원으로부터 받은 납입금 50%를 은행이나 상조공제조합에 예치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50%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불투명했다. 상조 시장 확대에 따라 정부는 상조 기업 자금 운용 관련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선수금 규모가 커지고 대기업이 대거 진출함에 따라 내부에서도 규제 필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상조 기업이 계열사나 오너 일가에 저금리로 선수금을 대여하는 문제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