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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의 결단, 패션벤처에 300억 쏜다

현대百, 메디쿼터스 투자추진
패션·뷰티 브랜드 19개 보유
일본에서 패션플랫폼도 운영
"韓유망 브랜드 세계화 지원"

  • 김효혜
  • 기사입력:2025.03.13 17:44:15
  • 최종수정:2025-03-13 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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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도쿄에서 진행한 더현대글로벌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작년 5월 도쿄에서 진행한 더현대글로벌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국내 패션 스타트업인 메디쿼터스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일본을 중심으로 K패션 세계화에 앞장선다. MZ세대 인기 패션 브랜드를 대거 유치해 더현대서울의 빠른 성장을 이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더현대글로벌'을 통해 K패션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전략적투자자(SI)로서 패션·뷰티 브랜드·플랫폼 운영기업 메디쿼터스에 3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실무진 검토는 마무리됐고 최종 이사회 승인만 남겨두고 있어 이르면 상반기 중 투자가 집행될 전망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현대백화점 설립 이래 최대 규모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단행되는 것이다.

정지선 회장
정지선 회장
메디쿼터스는 서울대 경영대 출신 이두진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마하그리드·더바넷·나이스고스트클럽·드로우핏' 등 15개 패션 브랜드와 '아닐로·메디247' 등 4개 뷰티 브랜드, '바르닭'이라는 F&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일본에 패션 커머스 '누구(NUGU)'를 론칭하며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활발히 협업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작년 말 기준 누구의 거래액은 60억엔(약 590억원)에 달하며 가입자 수는 102만명을 돌파해 일본 최대 인플루언서 플랫폼이자 K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에는 일본 온라인 패션·뷰티 플랫폼인 '숍리스트'도 인수해 일본 내 플랫폼 사업 규모를 키웠다. 작년 매출액은 2280억원으로 이 중 해외 매출이 640억원이다.

작년 5월 도쿄에서 진행한 더현대글로벌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작년 5월 도쿄에서 진행한 더현대글로벌 팝업스토어. 현대백화점
이런 메디쿼터스에 현대백화점이 출자하는 것은 작년 3월 론칭한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글로벌' 협업·강화를 위해서다. 더현대글로벌이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일본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서 K패션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당시 메디쿼터스가 현지 마케팅과 운영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팝업을 통해 일본 내 K패션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보다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메디쿼터스에 지분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더현대글로벌 팝업스토어는 운영기간에 매출 총 30억원을 기록해 목표액 대비 150%를 달성했을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

이번 지분투자는 메디쿼터스의 시리즈D로, 메디쿼터스 기업가치는 약 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그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과감한 투자로 현대백화점 외형을 키워온 정지선 회장은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현대백화점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CVC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종전에는 2021년 편의점 콘셉트의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에 30억원을 출자한 것이 최대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단독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주로 20억~30억원으로 CVC를 해왔는데, 3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데는 '더현대글로벌'을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다는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향후 현대백화점과 메디쿼터스는 내년부터 더현대글로벌이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도록 힘쓸 예정이다. 일본 주요 도시 거점 상권(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K패션 브랜드들을 선별·진출시켜 현지 마케팅과 판매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메디쿼터스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누구'에 더현대글로벌 전문관을 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내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협력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협력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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