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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집중안하고 외국인 생산성 낮아 … "차라리 AI" 눈돌리는 기업들

韓제조업은 생산성과 전쟁
기업 생산현장 자동화 박차
노동력 싼 해외 이전도 검토

  • 이윤식
  • 기사입력:2025.02.19 18:04:07
  • 최종수정:2025-02-19 19: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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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업종은 몰입과 집중이 중요한데 요즘 젊은 직원한테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외국인 개발자도 채용해봤지만 국내 사정을 잘 모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요."

19일 핀테크 기업 A사 창업주는 "중소·중견기업은 혁신이 생존 비결인데 사회적 분위기나 인적 구조가 점차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거 유럽 신규 바이어를 개척하기 위해 8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현지 사정에 맞춰 실시간 온라인 유지·보수를 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지금은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젊은 직원에게는 이런 얘기를 꺼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확대했지만 이들도 초기 생산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3개월 미만일 때는 내국인 근로자의 55.8%에 그치고, 1~2년 시기에도 92.8%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현재 임금체계와 산업구조상 고령 근로자는 일정 영역을 제외하고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근로자 역시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생산성이 낮아 중소기업으로서는 고민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낮은 노동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이전이나 공정 자동화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본사를 둔 연 매출액 700억원 규모의 중소 제조업 기업 B사는 최근 일본 도쿄 인근에 공장을 지었다.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지만 정작 B사 대표가 깜짝 놀랐던 것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인건비였다. B사 대표는 "국내는 신입사원 초봉이 3200만원인데, 일본은 2500만원만 줘도 충분한 인력을 채용할 수 있었다"며 "일본은 주휴수당이 없고 퇴직금도 의무가 아니라 비용 부담이 한국에 비해 훨씬 덜하더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도 생산성 향상 차원에서 기업 현장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견 식품 기업 정식품은 최근 청주공장에 자율주행 물류 이송로봇을 도입해 자동화 현장을 구축했다. 제조공장에 적재하중 1.5t급 이송로봇을 도입해 팰릿 이송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류·생산 가동률을 20% 향상했다.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AI 활용도 이뤄지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중견기업 대덕전자가 AI를 활용한 실시간 감지를 통해 PCB 도금과 회로 라인 불량 탐지율을 높여 폐기 범위를 최소화하고 검사 조건을 최적화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이 개별적으로 AI 전환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설비에 각종 센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현장에 맞는 AI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기업 차원의 노력 외에 근로의 질을 높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본부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추가 인건비 이슈로 인해 직원들이 야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근로시간 내 효율성을 높이고, 장시간 근무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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