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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한 방울로…MZ세대 홀린 ‘몸BTI’ [Trend]

‘내 유전자’가 궁금하다

  • 조동현
  • 기사입력:2025.02.07 13:05:07
  • 최종수정:2025.02.07 1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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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전자’가 궁금하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몸BTI’ 열풍이 뜨겁다. 몸BTI란 몸과 MBTI(성격유형검사)를 더한 신조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타고난 체질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셀프 분석’을 즐기는 MZ 성향과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다. 몸BT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에서도 가능한 DTC(소비자 직접 시행)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간편한 유전자 검사로 타고난 내 체질을 알 수 있을까.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이 서비스하는 ‘젠톡’의 유전자 검사 키트. 젠톡의 ‘All 패키지 129’는 129개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윤관식 기자)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이 서비스하는 ‘젠톡’의 유전자 검사 키트. 젠톡의 ‘All 패키지 129’는 129개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윤관식 기자)

전현무도 한 ‘젠톡’ 뭐길래

건강검진 결과와 유사하기도

먼저 체험해본 플랫폼은 2023년 6월 마크로젠이 서비스를 시작한 ‘젠톡’이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 관련 국내 1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방송인 전현무 씨가 ‘나 혼자 산다’에서 몸BTI를 시행해 화제가 됐는데, 전 씨가 이용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젠톡이다.

우선 젠톡 앱을 설치한 뒤 계정을 생성하고 ‘All 패키지 129’를 선택했다. 129개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가격은 5만8000원이다. 결제를 완료하자 검사 키트가 배송된다는 알림이 온다.

3일 후 검사 키트가 집으로 배송됐다. 깔끔한 포장 안에는 타액 채취 용기, 보존액, 반송용 봉투가 담겨 있다. 설명서 QR코드를 스캔하니 검사 소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 데이터 제공 동의서, 인체 유래물 연구 동의서 등에 대한 서명 항목이 차례로 표시된다. 설명서에는 검사 30분 전부터 양치와 식사, 음료는 금지되며, 립스틱, 틴트, 립밤을 지우라는 안내도 포함돼 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타액을 용기에 담아 보존액과 섞은 뒤 뚜껑을 닫아 반송용 봉투에 넣으면 된다. 채취 과정을 마친 후 젠톡 앱에서 반송 신청 버튼을 누르면 끝. 모든 과정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후 택배 기사가 집 앞으로 와서 키트를 거둬갔다.

검체를 보낸 지 10일 후, 젠톡 앱에 결과 알림이 떴다. 확인해보니 영앙소, 운동, 피부·모발, 식습관, 개인 특성, 건강관리까지 여섯 가지 항목이 각각 안심, 보통, 주의로 표시되고 항목별 종합 점수가 제공됐다. 결과는 영양소 항목은 ‘안심’, 그 외 5가지 항목은 ‘보통’ 판정. 다행히 ‘주의’ 판정은 없다. 안도감도 잠시.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니 내 유전자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결국 중요해보였다. 가령, 기자는 비타민D와 아연 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낮은 편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해당 영양소가 들어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해 섭취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건강관리 항목에서는 골질량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실제 건강검진에서 골밀도가 연령 예상치보다 낮다고 나온 바 있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단 체감하는 것보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수도 없이 시도했던 금연이다. 하지만 ‘니코틴 의존성’ 결과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결과 자체는 유전 분석 결과일 뿐, 실제 상황과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상세 리포트는 PDF 형식으로 206페이지 분량으로 제공됐다. 항목별로 알아두면 유용한 건강 정보, 결핍과 과잉 증상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해 캐릭터와 스토리로 꾸며진 점이 돋보인다. (뱅크샐러드 앱 갈무리)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해 캐릭터와 스토리로 꾸며진 점이 돋보인다. (뱅크샐러드 앱 갈무리)

‘뱅크샐러드’와 비교해보니

비타민D 유지 능력 ‘같은 결과’

다른 플랫폼에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의뢰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는 개인 유전 형질을 분석해 63종의 유전자에 대한 분석 정보를 제공한다. 가격은 4만9500원. 젠톡보다 저렴해서인지 가장 많이 찾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꼽힌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페이지 누적 방문자 수는 1000만명 이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받은 인원은 100만명이 넘는 수준”이라고 들려줬다.

검사 항목 수는 63종으로 젠톡에 비해 적지만, 검사 방법은 더 간단하다. 면봉으로 양 볼 안쪽 피부를 문지르고, 이를 용기에 넣어 반송용 봉투에 담아 반송하면 끝. 검사 기간은 10일로 젠톡과 비슷하다. 앱을 통해 검사 결과를 확인해보니 MZ세대 특성을 적극 반영해 캐릭터와 스토리로 꾸며진 점이 돋보인다. ‘건강 탭’에 들어가면 해당 인물이 가진 좋은 기질인 ‘슈퍼파워’와 부족한 기질인 ‘하찮파워’ 카드를 각각 3장씩 볼 수 있다.

기자는 슈퍼파워로 ▲스프린터 ▲타고난 소식가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스프린터는 순간 폭발력을 내는 근육이 발달해 단거리 질주 능력이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뜻이다. 타고난 소식가는 음식 섭취 후 포만감을 잘 느껴 식욕을 절제하기 유리하다는 의미다. 두 개의 심장은 최대산소섭취량이 뛰어나 유산소 운동에 강하다는 설명이 담겼다. 세 카드의 내용 모두 젠톡 검사 결과와 유사하다.

하찮파워로는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 ▲불면의 이순신 ▲뱃살 동산이 나왔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어는 비타민D 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낮다는 뜻. 역시 젠톡과 같은 결과다. 단 불면의 이순신은 카드 이름처럼 불면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 젠톡 검사에선 ‘보통’ 판정으로 나왔던 내용이다. 복부 비만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인 뱃살 동산 역시 젠톡 판정으로는 ‘보통’이 나와 다소 상이한 결과가 도출됐다.

총평. 두 서비스 모두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도 있었지만 다소 의아한 결과도 없진 않다. 자신의 유전 정보를 확인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몸BTI 열풍’ 전망은

유전자 정보 보안·관리가 관건

몸BTI 열풍은 지속될까.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마켓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체학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5조7000억원 규모에서 매년 11.2%씩 성장해 2032년 16조30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선 자기 분석을 위해 유료 검사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MZ세대 성향과 잘 맞물려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자 중 MZ세대 비중이 91.8%에 달한다”며 “선착순 무료 검사의 경우 0.1초 이내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시장이 커지자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도 하나둘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상반기 DTC 유전자 검사역량 인증기관을 5곳 추가해 총 14곳으로 확대했다.

단, 일각에서는 유전자 정보는 민감한 개인 데이터라며, 보안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2015년 생명윤리법을 개정하면서 DTC 유전자 검사가 허용됐고, 2019년에 들어서야 상업적으로 도입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로젠은 최고 수준 정보보호 인증 3종을 모두 취득해 데이터 보안을 한층 강화했으며, 뱅크샐러드는 금융 데이터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 ‘라이프진’을 운영하는 메디젠의 한 관계자는 “유전자 정보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보안 저장소에 보관되며, 통제된 인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정보가 민감한 정보인 만큼,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SNS에 공유하며 노는 것이 MZ세대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만큼, 관련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사 결과의 보안이 잘 되는지, 기업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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