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밤 걸프국가 오만을 통해 이란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이란에 대한 미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는 우리에게 아주 짧은 시간을 줬다"며 "이란 측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결정에 달렸다고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 등 백악관 국가 안보 관료들은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는 (중동) 지역에서 악당 역할을 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도 중동에 배치된 미군이 위험해질 수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란이 강경하게 나오자 미 연방항공청(FAA)은 자국 항공사에 호르무즈해와 오만해의 이란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 이용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FAA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과 국제공역에서 경고조차 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이란의 태도를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브리티시항공, 네덜란드의 KLM, 호주의 콴타스항공, 싱가포르항공 등도 현시점에서 이란 상공 비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자사 비행기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지 않도록 노선을 조정했다.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지 아니면 다소 누그러질지는 유럽연합(EU)이 오는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하는 이란 핵합의 당사국 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U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을 제외하고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이란 등 핵합의 서명국의 고위급 대표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유럽 국가들 협조 없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5.4% 급등한 56.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2.63달러 상승한 배럴당 64.45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헨리 롬은 CNBC방송에서 "국지전이 발생하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고, 중대한 분쟁이 발생할 때는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도 6년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은 한때 온스당 1410.7달러까지 올라 2013년 9월 이후 최초로 1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또 다른 안전 자산인 달러의 매력이 떨어져 금 수요가 오른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이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김제관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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