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m 달리기 종목에 참가한 로봇들이다. 곳곳에선 취재진과 관객들이 촬영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마지막 한 바퀴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객석에서는 열띤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1500m 달리기 우승은 중국 로봇 기업인 베이징링이쿵젠커지가 차지했다. 기록은 6분34초. 베이징링이쿵젠커지는 중국 대표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의 자회사로 유니트리의 'H1'으로 참가했다. H1은 지난 2월 춘제(중국 설) 갈라쇼 때 인간 무용수와 함께 군무를 선보여 유명해진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우승 상금으로는 5만위안(약 960만원)을 받았다.
준우승은 6분55초를 기록한 베이징로봇혁신센터의 '톈궁'이 차지했다. 톈궁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첫 로봇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원격 제어를 했지만 이번에는 1500m 달리기에 참가한 로봇 중 유일하게 완전 자율 방식으로 뛰었다. 다른 한쪽에서 로봇들이 뛰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한 로봇은 팔이 부러진 채로 완주했다.

경기장 사이사이에서는 로봇들의 칼군무 능력을 보는 댄스 종목과 물건 옮기기·약재 분류 등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경기도 열렸다. 댄스 종목에서는 진시황의 병마용 분장을 한 채 군무를 선보인 베이징무도학원과 후베이광구둥즈체화지능기술유한회사 연합팀이 우승했다.
전날 밤 개막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일명 로봇 올림픽)는 이날부터 17일까지 본경기가 펼쳐진다. 경기 종목은 △100m 달리기 △1500m 달리기 △3대3 축구 △5대5 축구 △격투기 등 26개다. 중국·미국·독일 등 16개국에서 280개팀이 참가했으며 참가 로봇만 500여 대에 달한다. 대부분이 중국 팀이었다.

축구 경기에 참여한 중국농업대공학원의 양 모씨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전략과 알고리즘에서의 취약점을 파악하게 됐다"며 "다음 경기 전에 개선 작업을 진행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운동회에 참가해 패배를 하더라도 이는 실패가 아니라 실험이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격투기 종목에 참가한 중국 로봇 스타트업 상하이가오커지의 루 모씨는 "향후 다양한 산업에 우리의 로봇 제품이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로봇을 통해 인간 삶의 질이 높아지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중국은 연일 '로봇 굴기'를 뽐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 5월에는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대회가 열렸다. 지난 8~12일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2025 세계로봇콘퍼런스(WRC)'가 중국에서 개최됐다. 약 220개 기업이 참가해 1500여 종 제품을 전시했다.

실제 이날 경기장에는 평일인데도 자녀와 함께 가족 단위로 온 관람객이 많았다. 중고등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오기도 했다. 11살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40대 여성 쉬 모씨는 이날 "세계 최초로 로봇 운동 경기가 열린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무엇보다 자녀에게 유익한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