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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관세낮은 韓, 우회수출 통로로 악용…한미 수사공조

불법 원산지 세탁 급증
최대 145% 관세폭탄 中기업
한국산 둔갑땐 15% 관세
관세청·美국토부 정보 협력

  • 유준호
  • 기사입력:2025.08.15 17:44:39
  • 최종수정:2025-08-15 19: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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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한국을 경유한 불법 우회 수출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국이 부과한 국가별 차등 관세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과의 무역 합의 결과에 따라 각국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만큼 우회 수출 행위를 감수하고 얻는 경제적 유인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세관당국에 따르면 한국에서 적발되는 불법 우회 수출의 주요 목적은 크게 수입국의 반덤핑 관세 회피와 고관세율 회피, 수입 규제 회피, 한국산 제품의 프리미엄 차익 등 경제적 목적과 수출국의 전략물자·핵심 기술 유출 등 안보 목적으로 구분된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상호관세와 수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회 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미국의 중국산 통신·영상 보안장비에 대한 수입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부분품 19만점을 국내로 수입해 조립한 뒤 국산으로 둔갑시켜 불법 수출한 일당이 세관당국에 검거됐다.

우회 수출 대상 품목 역시 다변화하는 추세다. 올해 적발된 우회 수출 품목은 기계기구류(1건), 차량(2건), 가정용 전기제품(1건), 보석류(3건), 철강제품(8건), 화학품(2건) 등이다.

문제는 미국 관세정책에 따라 앞으로 우회 수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한국을 주요 우회 수출 루트로 활용하는 중국은 현재 부과된 30%의 상호관세율이 향후 최대 145%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 기업에 최적의 선택지로 꼽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조업 역량을 가진 인접국인 데다 영국(10%)을 제외하고는 미국으로부터 가장 낮은 상호관세율(15%)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높은 세율의 상호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산 물품을 한국산으로 속여 우회 수출하는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전담 조직인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꾸리고 불법 우회 수출 행위를 적발하는 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관세청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관세국경보호청(CBP) 등 국내외 정보기관과 수사 공조 및 정보 협력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역시 우회 수출 행위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8대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우회 수출(관세 회피 환적) 행위를 '콕' 집어 거론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의 우회 수출 행위를 겨냥해 40%의 추가 관세 폭탄 부과를 예고했다.

세계 각국도 원산지 단속 등 규제 강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협상 대상국에 원산지 검증 강화 등을 요구했고, 베트남과 태국 등은 불법 환적과 허위 원산지 증명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원산지 표시와 자유무역협정(FTA) 규정 준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추가 관세 부과 등으로 생기는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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