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지분 인수로 인텔의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건설이 빨라지는 것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려는 트럼프 행정부 의도와도 부합한다고 전했다.
인텔에 투자한 자산운용사 가벨리펀드의 마키노 류타 애널리스트는 "트럼프는 인텔이 국내 제조업을 확장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에서 공화당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오하이오주는 J D 밴스 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지역구다. 오하이오주는 한때 경합 주로 분류됐으나 최근 선거에서는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패권 장악을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을 인수해 국영기업처럼 운영하게 되면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영위하는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이 차별적 정책 등 부당한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인텔 뒤에 서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세에 눌려 향후 제작 물량을 인텔에 몰아줄 수 있다.

삼성전자도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 새로운 파운드리 시설을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 테슬라의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애플의 차세대 이미지센서를 생산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일하게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제조한다고 해도, 미국 기업이고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인텔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도록 미국 정부가 압력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은 성능이 중요한 첨단 공정의 칩 생산은 TSMC에 맡기고 비주력 칩은 인텔에서 생산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수주할 수 있는 제품이 인텔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압도적 기술력을 갖춘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보다 2위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의 수급 역학을 볼 때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했지만 이후 의미 있는 큰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요한 고객을 외부 파운드리 사업으로 유치하는 것에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면서 이를 회사의 중요한 리스크로 언급했다.
인텔은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을 거둬야 한다. 인텔의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경쟁자인 AMD나 Arm 기반의 CPU가 인텔의 점유율을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에 인텔은 파운드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인텔도 TSMC처럼 외부 기업을 위한 위탁생산을 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CPU에서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희토류 등 핵심 산업에 직접 개입하려는 가장 최신 사례라고 조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보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을 허가하는 대가로 매출의 15%를 받는 합의를 이뤄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허가하는 대신 US스틸의 주요 경영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황금주'를 받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국방부가 희토류 생산업체인 MP머티리얼스 우선주 4억달러어치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김제관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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