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감정도 없이 동료로서 생활
“인정·정책 혜택 받는 것 장점”
![[사진=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2/news-p.v1.20250602.2c848d48c649484bb5eda867d9278ab1_P1.jpg)
최근 일본에서 성소수자 남녀가 성관계는 물론 아무런 사랑이나 연애감정도 없이 결혼해 부부로 지내는 ‘우정결혼’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2일 교도통신은 부모까지 속이고 우정결혼을 해 인공수정으로 아이도 낳아 키우는 우정결혼 부부를 집중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일본 주고쿠(中國) 지방에 거주 중인 30대 부부 A씨와 B씨는 우정결혼을 하고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까지 낳았다. 결혼후 3년 반이 지났지만 이들 사이는 원만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는 3인 부부가족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이성에 대해서는 성적 욕구나 감정을 느끼지 않는 성소수자다. 때문에 결혼도 철저히 ‘연애나 성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인쪽인 A씨는 중학생때 자신이 동성인 여성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성인이 된 후 이 사실을 모르는 모친으로 부터 결혼과 출산을 재촉당하게 됐다.
고민하던 그는 ‘우정결혼’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고 자신과 처지가 같은 남성을 수소문하다 현재의 남편인 B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남편인 B씨 역시 여성에게는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여성과 몇차례 교제한 적도 있었지만 성관계를 맺지 못해 헤어지는 일이 반복됐고, 부모로부터 결혼과 출산 압박을 받던 차에 A씨를 만나게 됐다.
이들 부부는 우정결혼을 원하는 이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2019년에 처음 만나 서로의 가치관 등을 확인하는 시간을 반년에 걸쳐 가졌고, 이후 양측 부모와 상견례를 하고 동거에 들어간 뒤 2021년에 혼인신고를 했다. 2년 뒤에는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았다.
![외출하는 A씨와 B씨 부부 그리고 아이의 모습. [사진=교도통신]](https://wimg.mk.co.kr/news/cms/202506/02/news-p.v1.20250602.392abc9d98bb40599f6fc14d6dee1956_P1.png)
두 사람은 침실도, 지갑도 따로다. 아이는 ‘재워주기 담당’인 아내 A씨가 자신의 방에서 재운다. 각자 외출할 때 일정을 공유하지만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는지 따지지 않는다. 현재 둘 다 애인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합의하에 한쪽이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당연하게도 이들 사이에는 어떤 스킨십도 없다. 집에 2인용 소파가 놓여 있지만 몸이 닿을 수 있어 각자 따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셋이서 외식을 하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놀러 나가기도 한다. 가사와 육아 등 함께 생활하는 파트너로서 해야 할 일은 하되 불필요하게 간섭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한다.
A씨는 “가정의 행복이라기보다 개인의 행복이 두 개 존재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고, B씨는 “함께 사는 전우 같다”라고 말했다.
물론 양쪽 모두 부모에게 자신들이 우정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일본에서는 우정결혼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정결혼은 위장결혼과 혼동 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위장결혼은 비자 취득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경우로 위법 소지가 있어 정당한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반해, 우정결혼은 연애 감정이나 성관계가 없을 뿐 ‘혼인 의사’가 존재하며 위법 소지가 없다.
지난 2015년부터 도쿄에서 영업중인 우정결혼 상담소 ‘컬러어스’는 지난 4월까지 10년간 총 324쌍의 우정결혼을 중매했다.
남성 회원의 80% 이상이 동성애자이고 여성 회원의 90% 이상은 타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이 결혼을 희망하는 이유는 “아이를 갖고 싶어서”, “부모를 안심시키고 싶어서” , “인생의 동반자가 필요해서” 등 다양하다.

니혼대학 가족사회학과 구보다 히로유키 교수는 교도통신에 일본에서 우정결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어른’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현재 일본 법상 동성결혼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에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우정결혼을 통해 사회적 인정이나 제도적인 혜택을 받을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일종의 궁여지책인 셈”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연애결혼을 한 일반적인 부부도 시간이 지나면 연인보다는 생활·육아 파트너로서의 유대가 강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관계를 하지 않고도 소중한 가족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3년 일본가족계획협회의 조사에서 기혼 상태이지만 1개월 이상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지 않은 일본인 부부의 비율은 64.2%로 집계됐다. 한국도 일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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