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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상시 주둔’ 예고…중동전쟁 확전 고조

  • 신윤재
  • 기사입력:2025.05.06 20:37:36
  • 최종수정:2025.05.06 20: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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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인근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 병사들. [AFP=연합뉴스]
가자 인근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 병사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을 강화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던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재 회의에서 ‘기드온의 전차’ 작전 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계획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 한 뒤 점령 상태를 유지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군은)가자지구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하마스 거점을 공격한 뒤 철수하는 방식의 작전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새 작전 계획에서는 빼앗은 거점을 계속 점령함으로써 하마스의 재건을 원천 봉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작전을 위해 이스라엘 내각은 수천 명의 예비군 동원도 승인했다. 동원 병력은 장기적으로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같은 날 후티가 장악한 예멘의 호데이다 항구에 대해서도 포탄 수십발을 투하하는 공습을 단행했다. 이 공습은 전날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벤구리온 공항 공습은 이스라엘이 후티 미사일을 격추하지 못한 첫 사례였으며 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후티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공동으로 호데이다 항구를 공격했다며 두 국가를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보복후 후티 보건부는 최소 1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후티를 직접 타격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약 4개월 만으로, 특히 지난 3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후티 공습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이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군사 활동 확대는 일차적으로는 내부 강경파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근절 실패에 실망한 일부 강경 지지층을 향한 네타냐후의 메시지로 보인다”며 “전쟁 국면을 고조시키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대외적으로는 이란과 역내에 산재한 친이란세력에 보내는 억제 메시지로도 관측된다. 가자지구 점령을 위한 군사작전 개시를 앞두고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이란 군사 네트워크에 개입을 자제하라는 무력시위인 셈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는 외교 일정까지 고려한 치밀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중순 중동 방문에 맞춰 하마스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이전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인질 석방 및 휴전 조건을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공격은 향후 2주간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을 방문할 계획이다. 두번째 임기 시작 후 첫 해외 순방이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순방지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12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작전 확대가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군 정보 책임자로 근무했던 타미르 헤이만은 NYT에 “압도적 군사력으로 하마스를 압박하는 시도가 전쟁이 1년 6개월 넘게 늘어지면서 소용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테러집단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하마스의 완전 제거라는 목표를 군사력만으로 도달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자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 등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피해만 키울 우려도 있다.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의 실효성을 두고도 회의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간 후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미국의 거듭된 공격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해상 활동을 막지 못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교착 국면에 머문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가 이란을 자극해 중동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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