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불확실성 수렁 위기

독일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독일 연방하원에서 진행된 신임 총리 인준 투표에서 총리 후보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이날 오전 연방하원에서 실시된 1차 신임 투표에서 전체 630표 중 310표를 받았다. 총리 선출을 위한 과반인 최소 316표에 6표가 모자란 셈이다.
1949년 독일 연방공화국 성립 이후 총리 인준 찬반 투표에서 후보가 낙마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이끄는 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으로 구성된 새 연정이 총 328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8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집권당 또는 연정의 사전 합의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였던 신임 투표에서 이러한 결과는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표 상황을 생중계하던 현지 방송 진행자들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메르츠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연정 파트너들과 긴급회의를 위해 황급히 의회를 떠났다. 독일 연방하원은 향후 14일 이내에 메르츠 대표 혹은 다른 후보를 다시 표결에 부쳐 과반을 확보해 총리로 선출해야 한다.
다만 2차 투표는 이날 실시되지 않을 예정이라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연방하원이 이르면 이날 두 번째 투표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재투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례 없는 하원 투표 실패는 수년간 침체를 겪어온 독일의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메르츠 대표에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대외 관계도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당초 메르츠 대표는 총리로서 첫 일정으로 7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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