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블룸버그와 X(엑스·옛 트위터)에 따르면 '채권왕(Bond King)'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는 이같이 말하며 20년 이상의 장기물을 많이 들고 있는 일부 서학개미에게도 일침을 놨다.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변동성 높은 장기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만 2조원(13일 환율 기준) 넘게 보유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예탁결제원 기준 서학개미들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채 3X'(TMF·9억1300만달러)와 '아이셰어스 20년+ 미국채'(TLT·7억9100만달러) 같은 20년 이상 장기물 ETF에 거액을 베팅 중이다.
TMF는 미 국채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그로스는 "10년물 금리가 연 4.25% 이하로 하락하기 어렵다"며 "미국 정부의 적자 확대, 채권 공급 증가 때문"이라고 전했다. 채권시장 주요 지표인 10년물이 현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란 뜻이다. 장기물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팍팍 내려 채권값이 오르길 바라지만 '채권왕'의 예상은 이와 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채권시장에 다소 희망을 주고 있다. 7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지난 6월(2.7%)과 같은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2.8%)를 밑돌았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올라 6월(2.9%)과 전망치(3.0%)를 모두 상회했다.
그로스 말대로 장기물 투자자에게 뚜렷한 방향성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 국채보다는 배당주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채권시장의 '황금기'는 제로금리까지 떨어졌던 코로나19 시절이지만 이제 당분간 이런 시장은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1944년 미국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빌 그로스는 듀크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후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1971년 창립한 PIMCO(핌코)를 세계 최대 채권 펀드로 성장시켰다. 대표 펀드인 'PIMCO 토털리턴'은 운용자산 규모가 한때 350조원에 이를 정도였다.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채권왕이 변심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그가 확실히 변했다"며 "그는 과거에도 채권 전망에 대해 거의 틀린 적이 없지만 최근 미국 정부의 지나친 부채 규모와 채권 발행 속도를 감안하면 또다시 그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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