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세적으로 실적보다 주가를 향한 눈높이가 올라가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발간된 증권사 목표가 상향 리포트는 291개다. 목표가를 올린 리포트가 126개에 그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넘게 많다.
지난해 이 기간에도 코스피가 5.9% 오르는 등 우상향했지만 증권가의 주가 기대치는 올해 6월에 못 미쳤다. 전체 리포트(상향·유지·하향) 대비 비중으로 따지더라도 이달엔 상향 리포트 비중이 51.79%로 절반을 넘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상향 리포트 비중이 28.44%에 그쳤다. 이달 목표가를 내려 잡은 리포트도 지난해 같은 기간 61개에서 올해는 47개로 감소했다.
목표가는 올라가는 국면이지만 실적 전망치는 되레 낮아지고 있다.
컨센서스 추정 기관 3곳 이상이 실적 예상치를 제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92개사의 연결 기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날 기준 274조4325억원으로 지난달 말(274조8189억원)보다 3864억원 줄어들었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린 보고서도 255개로 상향 조정한 보고서(231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보고서가 229개 발간되면서 하향 보고서(189)보다 많았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개선세가 지속된다면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가 해소 수순에 들어설 수 있다.
이달 주가가 빠르게 치솟은 만큼 실적 조정에 앞서 목표가가 기술적으로 올라간 상황이기에, 앞으로 실적과 주가 흐름이 '저평가 탈출'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실적이 오르는 동시에 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가 저평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까지 가능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존 목표가에 근접하자 멀티플을 조정한 상황"이라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근접했고, 업종별 순환매가 발생하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업종별 순환매도 빈번해졌다"며 "현시점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 유예 기한 종료를 앞두고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5일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면서 "글로벌 평균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이 회복된다면 코스피가 400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