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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在野고수]②안광준 “선수되려 했는데, 때 놓쳐”

대대 40점…‘한국당구 3쿠션 실업리그’서 주가 올려
2006년엔 ‘미스터피자배’ 등 일주일새 두 대회 석권
“고(김)경률이 형 치는거 보고 받은 충격 잊을 수 없어”
“선수등록 안한건 비겁…마지막 선수 도전 생각 중”

  • 기사입력:2018.04.05 07:01:02
  • 최종수정:2019-04-08 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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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준(35) 동호인은 선수급 실력을 갖춘 재야 고수다. 수지는 40점. 만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다. 지난 2016년 서울당구연맹(회장 류석)이 주최하고 서울연맹 선수들이 참가한 ‘2016 미스터피자배 제8차 그랑프리 3쿠션 오픈’에서 우승한 당시 사진. "신선한 충격"을 준 안 동호인은 당구월간지 "큐스포츠"에 소개되기도 했다.(사진=큐스포츠)
안광준(35) 동호인은 선수급 실력을 갖춘 재야 고수다. 수지는 40점. 만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다. 지난 2016년 서울당구연맹(회장 류석)이 주최하고 서울연맹 선수들이 참가한 ‘2016 미스터피자배 제8차 그랑프리 3쿠션 오픈’에서 우승한 당시 사진. "신선한 충격"을 준 안 동호인은 당구월간지 "큐스포츠"에 소개되기도 했다.(사진=큐스포츠)
[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맨날 졌어요. 그저 오기로만 연습을 하던 중 우연히 고(김)경률이 형의 경기를 직접 봤어요. 말 그대로 ‘신세계’였죠.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죠.”

안광준(35) 동호인은 선수급 실력을 갖춘 재야 고수다. 수지는 40점. 여느 동호인들과 같은 이유로 당구의 매력에 빠져 다른 동호인들과 실력을 겨뤘다. 하지만 처음엔 승리한 경기를 손에 꼽을 정도로 패배하기 일쑤였다. 그저 지는 것이 분해 오기로 연습에 매진하던 2006년, 우연히 고 김경률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단다.

그 날 이후 그는 같은 구장을 찾는 정성윤(서울), 이충복 등 국내 3쿠션 선수들의 어깨 너머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틀 사이 10시간 이상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한지 정확히 3년, 쟁쟁한 실력을 갖춘 동호인들만 참가한다는 ’한국당구 3쿠션 실업리그’에 참가하며 주가를 높였다.

2016년 6월 5일 열린 ‘미스터피자배 제8차 그랑프리 오픈 3쿠션대회’. 그는 김형곤(강원연맹), 강인수(서울연맹), 이충복(시흥시체육회)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차례로 꺾더니 그대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후, 그는 대전에서 열린 ‘제2회 한밭 FIVV배 동호인 전국대회’에서 또 한번 정상에 올라 많은 당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미스터피자배 제8차 그랑프리 오픈 3쿠션대회’에서 우승한 일주일 후, 그는 대전에서 열린 ‘제2회 한밭 FIVV배 동호인 전국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 최강 동호인"임을 입증했다.
‘미스터피자배 제8차 그랑프리 오픈 3쿠션대회’에서 우승한 일주일 후, 그는 대전에서 열린 ‘제2회 한밭 FIVV배 동호인 전국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 최강 동호인"임을 입증했다.
2011년부터 생업으로 인해 약 3년간 큐를 놓았던 안광준 동호인은 3년 후 대대가 보급되면서 다시 정식으로 당구를 치기 시작했다. 수준급 실력은 그대로였지만, 오랜 시간 꿈꿨던 선수등록을 망설이다 결국 ‘때’를 놓쳤다. 이미 ‘날고 기는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발목을 잡은 것.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사실 비겁했죠. 그때는 누구보다 제가 제 자신을 가장 잘 알기에 내렸던 판단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최근 다시 그 꿈을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안광준 동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서울 압구정동에서 당구장을 운영 중인 안광준이다. 구력은 학창시절부터 약 20년 정도 됐고, 대대에서 정식으로 당구를 친 지는 4년 정도 됐다. 수지는 대대기준으로 40점 놓는다.

▲무수히 많은 입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 선수들과 겨뤘던 ‘2016 미스터피자배 제8차 그랑프리 오픈 3쿠션대회’가 기억에 남는다. 또 그 우승 일주일 만에 대전에서 열린 ‘한밭 FIVV배 동호인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그 당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력이 급격하게 늘었던 계기는.

= 학창시절 그저 ‘꽤 잘친다’ 정도 수준이었다. 20대 초반에 사회생활하면서 당구장을 꾸준히 찾았다. 같은 당구장의 동호인들과 시합을 하기 시작했는데, 맨날 졌다. 너무 분해서 잠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저 오기로 연습하던 도중에 우연히 고(김)경률이 형의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당구를 어떻게 저렇게 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또 (이)충복이 형의 경기를 보면서도 놀랐다. 그 날 이후로 정성윤, 김형곤 선수 등 선수들 어깨 너머로 배우고 연습량도 늘렸다. 이틀에 10시간 정도를 밤새면서 연습할 정도로 미친 듯 연습했다. 3년 동안을 그렇게 연습했다.

▲좋아하는 선수와 이유는?

= 당구라는 스포츠는 그날의 컨디션이 경기결과를 좌우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컨디션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실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지금 4대천왕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세계 3위)선수를 좋아한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서는 故(김)경률이 형을 가장 좋아했다. ‘당구를 잘 친다는 게 정말 멋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준 형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16회 서울당구연맹배 동호인 3C대회’ 우승 당시 입상 사진.(사진=서울당구연맹)
지난해 11월 열린 ‘제116회 서울당구연맹배 동호인 3C대회’ 우승 당시 입상 사진.(사진=서울당구연맹)
▲가장 자신있는 기술은.

= 며칠전 참가한 ‘김치빌리아드배 혼성스카치 대회’ 시합에서도 자신 있는 공을 물어보더라. ‘모든 공’이라 적었다. 하하. 처음에는 옆돌리기에 자신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바깥돌리기에 자신이 붙었다.

▲큐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

= 카본 상대의 고리나 큐다.

▲처음 출전한 대회를 기억하나.

= 물론이다. 2006년 양천구청장배에 참가했는데, 2회전에서 탈락했다. 하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대회에 참가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큐 가방을 메고 대회장에 들어서는데, 아직 그 표정들을 잊을 수 없다. 한 명, 한 명이 너무 비장한 표정으로 입장하더라. 괜시리 더욱 긴장됐고, 당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낀 경험이었다.

▲최고 하이런과 애버리지는.

= 공식 대회에서는 하이런 19점이다. 비공식 대회에서는 하이런 23점, 애버리지는 5점.

▲내가 생각하는 라이벌 고수가 있다면.

= 라이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동호인은 없는 것 같다 하하. 요즘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실력이 너무 좋다. 고수로 알려진 동호인들은 웬만한 중급 선수 이상이다. 지금 톱클래스 선수들도 선수이기 전엔 동호인이었으니까.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 답하겠다. 하하.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없다. 그렇지만 곧 내가 동호회를 만들 계획이다. 지금까지 많은 시합을 다니면서 쌓은 경험을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다른 동호인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이름은 지금 내가 운영 중인 당구장 이름을 따 ‘A클럽’ 동호회로 지을 생각이다.

▲당구가 주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처음 당구에 매력을 느낀 건 모르는 사람들과의 시합에서 오는 긴장감이 짜릿했다. ‘내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대결 자체가 너무 좋았다. 요즘은 좋은 스트로크에서 오는 ‘손 맛’에 매력을 느낀다. 당구는 매력을 넘어선 ‘중독’이다. 하하. 여러 스포츠 가운데 가장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가 당구라 생각한다.

▲선수가 될 생각은 해본적 없나.

= 왜 하지 않았겠나. 나는 누구보다 선수가 되고싶은 동호인이다. TV에 나오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나도 저렇게 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동호인대회 나가면 사람들이 ‘너 선수안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미 기라성 같은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선수등록을 고민하던 당시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내 자신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아니까. 지금 생각하면 비겁한 변명이긴 하다. 하하. 다시 최근에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좋은 기회가 오면 도전해볼 생각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 주위에 선수로 활동 중인 형들과 ‘4대 천왕’을 보면 마흔 넘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수들이 있다. 나도 아직까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선수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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