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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장애’ 딛고 3쿠션대회 우승 윤용식 동호인

10년전 사고로 3급장애…문체부장관기 2부 정상
“당구는 어려울 때 힘 되어준 친구이자 활력소”

  • 기사입력:2018.03.25 07:01:01
  • 최종수정:2018-03-26 15: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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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사고 후에 다시 큐를 잡았을 때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돼 기쁘네요.”

최근 포천에서 열린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이하 문체부장관기) 남자 3쿠션 2부(핸디 26점 이하)에서 우승한 윤용식 동호인(50·수지 26점)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여느 동호인과 다를 바 없이 당구에 빠져 살던 당구 매니아였다. 그러나 10년 전 직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왼손에 부상을 입어 3급장애 판정을 받았다. 당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손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당구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고 후 1년 만에 다시 큐를 잡아봤지만 브릿지(큐걸이)가 말썽이었다. 이전의 실력을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연습밖엔 없었다. 끌어치기, 밀어치기 등의 기술보다 각도에 중점을 두는 스타일로 바꾼 몇 달째. 거주지 춘천에서 열린 작은 규모 대회에 입상하면서부터 자신감이 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경주시장배 전국장애인당구대회 복식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춘천을 대표해 ‘강원도 장애인 생활체육대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반 동호인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해 경험을 쌓은 끝에 결국 이번 문체부장관기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비록 2부지만 장애를 딛고 생애 처음 우승을 맛봐 감격스럽다는 그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지난 17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 3쿠션 남자 동호인 2부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권인혁(TAS), 우승 윤용식(동네방네), 포천시당구연맹 이현우 회장, 공동 3위 김상헌(BF), 유석재(배틀). (사진제공=경기도당구연맹)
지난 17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14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동호인대회" 3쿠션 남자 동호인 2부 입상자들. 왼쪽부터 준우승 권인혁(TAS), 우승 윤용식(동네방네), 포천시당구연맹 이현우 회장, 공동 3위 김상헌(BF), 유석재(배틀). (사진제공=경기도당구연맹)
▲우승을 축하한다.

=너무 기쁘다. 지난 2007년 직장에서 사고로 왼손을 쓰는 것이 불편해졌다.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후에 많이 힘들었고, 큐를 다시 잡고 나서도 힘들게 연습했는데, 결국 이번 우승으로 보상받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대회다.

▲이번 우승 이전에도 입상한 적 있나.

=일반 동호인 대회에 자주 참가했지만, 참가에 의미를 두다보니 성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장애인 대회에서는 2016년 경주시장배 복식 우승, 지난해 강원도민체전과 함께 열린 장애인생활체육대회 단체전에서 2위를 했다. 이전에는 춘천에서 열린 규모가 작은 대회에서 한두번 입상했다.

▲구력과 수지는

=당구를 시작한 지는 30년 정도, 대대 구력은 10년 정도 됐다. 수지는 26점이다.

▲연습은 얼마나 자주하나

=당구장(춘천의 동네방네당구장)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기회 날 때마다 연습한다. 이번 문체부장관기 대회에서 ‘동네방네’ 동호회 소속으로 출전했다.

▲이번 대회 가장 고비였던 순간은.

=아무래도 운이 좀 많이 따랐다. 가장 고비였던 경기는 준결승전이다. 유난히 공 배치가 어려웠다. 18이닝째 먼저 타석에 들어선 상대가 7점을 내 점수가 4:13으로 벌어졌다. 후구였던 나에게 기본배치가 한번 왔는데, 그걸 놓치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나도 7점을 내며 경기에 집중했고, 그걸 발판삼아 결국 20:15로 역전승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대회 나가서 꼭 성적을 내야하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동호인이지 않나. 삶에 활력소가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당구는 나에게 활력소가 되어주는 친구다. 앞으로도 오랜시간 당구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개인전에서 입상해 춘천시를 빛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내(김이선 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회마다 함께 대회장에 와서 나를 응원해준다. 이번 대회(문체부장관기)도 아침 7시에 출발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할 만큼 힘들었는데, 내색하지 않고 나를 챙겨줬다.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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