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겐세이’란 단어를 사용,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관련 기사에는 이 의원을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고, 방송에선 ‘겐세이’ 뜻을 설명하면서 당구 용어를 거론하기도 했다. 며칠 지났지만 아직도 그 발언에 대한 여진이 남아있다.
‘겐세이’(けんせい)는 ‘견제’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자신의 수구를 상대방 공격을 방해하는 위치에 놓는 상황 등을 뜻한다. 흔히 “겐세이 한다” “또 겐세이 놓네” 등으로 쓰인다.
‘겐세이’처럼 아직도 당구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본어 표현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건전한 당구용어 표현을 장려하는 분위기에 따라 TV방송 등에선 우리말 혹은 영어 등으로 순화하는 추세다.
◇시네루는 ‘회전’, 마오시는 ‘앞돌리기’
“시네루 주고 나미로 쳐, 마오시 혹은 오마오시로 돌려”
당구용어 중 일본어의 오남용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당구기술과 관련된 명칭이다. 앞선 예시들은 당구 동호인이라면 한두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표현들이다.
시네루는 ‘히네루’(비틀다), 마오시는 마와스(돌리다)의 명사형인 ‘마와시’, 오마오시는 ‘크게 돌린다’는 뜻의 ‘오오마와시’, 나미는 나메루(혀로 핥다)의 명사형 나메(なめ)에서 나온 말이다.
이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훨씬 쉽고 이해하기 편하다. 시네루→회전, 마오시→앞돌리기‧앞으로 돌려치기, 우라마오시→뒤돌리기‧뒤로 돌려치기, 나미→얇게치기‧빗겨치기 등의 식이다. 앞서 예시를 우리말로 바꾸면 “회전을 주고 얇게 쳐, 앞돌리기 혹은 뒤돌리기로 쳐”가 된다.
이어 더해 다대(일본어 다테‧세로)→길기치기‧세워치기, 하꼬(상자란 뜻의 ‘하꼬’와 돌려친다는 뜻 ‘마와시’의 합성어))→제각돌리기‧옆돌리기, 오시(일본어 오시‧밀다란 동사 ‘오스’의 명사형)→밀어치기, 시끼(일본어 히키‧끌다란 동사 ‘히쿠’의 명사형)→끌어치기 등으로 바꾸면 이해하기 쉽다.
◇복식전 ‘겐빼이’도 일본역사가 어원
당구 게임 방식에도 일본어 잔재가 남아있다. 특히 복식경기를 뜻하는 ‘겐빼이’ 어원은 일본 역사와 관계있다. 11~12세기 일본에선 미나모토씨(源氏)와 타이라씨(平氏) 간의 대립이 있었다. 이 씨족간의 결전을 가문의 이름을 따 ‘겐페이노 갓센’(源平の合)이라 했고, 이것이 편가르기 즉, 겐빼이의 어원이 됐다고 한다.
니꾸, 히로, 빠킹 등은 니꾸(일본어 니큐우‧숫자 2를 뜻하는 '니', 당구큐의 '큐')→투 터치, 히로(일본어 시로‧하얗다, 하얀공끼리 맞혔을 때를 뜻함) 혹은 빠킹(일본어 박킹‧벌금)→실수‧파울 등으로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
다마, 다이, 나사지. 당구용품을 지칭하는 이 용어들도 일본어가 많다. 다마는 공을, 다이는 받침대나 선반을 뜻한다. 나사지의 나사는 일본어 ‘라샤’(당구대에 깔려진 천)가 변형됐다고 알려진다.
◇후루꾸는 영어 ‘플루크’, 마세이는 프랑스어 ‘마세’
이 밖에 ‘행운의 샷’을 뜻하는 ‘후루쿠’는 영어 ‘플루크’(Fluke‧요행)가 일본어 발음 ‘후록쿠’‘후루꾸’로 바뀐 것이다. 최근엔 ‘럭키 샷’ ‘행운의 샷’등으로 바꿔 표현하는 추세다. 비슷한 예로 ‘리보이스’ 샷은 ‘리버스’(Reverse)샷 혹은 ‘역회전 샷’ 등으로 부른다. ‘마세이’는 큐를 세워 찍어치는 기술을 말하는 프랑스어 ‘마세’(Mase)가 정확한 발음이다.
일부 동호인들 사이에선 ‘비껴치기’가 ‘짱꼴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말의 어원도 불분명하다. 짱꼴라는 청일전쟁 당시 일본이 ‘찬코로’(淸國奴‧청나라 노예)로 부르던 것이 우리 식으로 변형됐다는 설이 있다.
대한당구연맹 임윤수 학교체육위원장은 “저희 세대에는 비껴치기를 ‘짱꼴라’보단 ‘키리카에시’(자르듯 방향을 전환해 되돌리기)로 많이 불렀다”면서 “당구에서 회전을 ‘잉글리쉬’라고 하는 것과 유사한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구계에선 통상적으로 회전을 ‘잉글리쉬’, 무회전을 ‘노 잉글리쉬’로 표현하곤 한다. 그 기원은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포켓볼 선수들에 의해 그 기법이 미국으로 소개된 점에 기인한다는 설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당구연맹 김봉수 대회위원장은 “현재 한국당구에 일본어 표현이 많은 이유는 당구가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에 정착되는 과정 중 일본식 용어들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엔 미디어를 통해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대한당구연맹도 현재 당구용어를 우리말로 순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선수와 동호인 모두 우리나라 말로된 용어를 써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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