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데뷔 후 벌써 전국대회 두 번째 우승이다.
=춘천에 올 때부터 우승을 내심 기대했고 욕심도 났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이뤄져 정말 기쁘다. 지난 6월 양구 국토정중앙배 우승할 땐 얼떨떨했다면, 이번 우승은 행복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결승에서 승리를 예감한 순간은.
=(단호하게)단 한 순간도 없었다. 보미(김보미 선수)는 같은 서울연맹 소속으로 자주 상대해봐서 아는데, 점수가 크게 벌어져도 금세 쫓아올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 최근 서울당구연맹배 준결승과 결승에서 만나 두 번다 진 경험도 있다. 그래서 19이닝에 23:9로 점수가 크게 벌어졌을 때도 일부러 점수판을 쳐다보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쓰리 뱅크샷’이 4번 성공했다.
=연습할 때 자주 성공하는 샷이긴 한데 결승에서는 그 길밖에 보이지 않아 여러차례 시도했고, 다행히 치는 족족 들어갔다. 사실 자신있는 샷은 ‘긴각 빗겨치기’다.
▲8강(1.111)과 결승(1.086)에서 애버리지 1점을 넘겼다.
=(놀라며)그런가?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느라 전혀 몰랐다. 이번 대회에서 제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그런 결과까지 따라왔다니 기쁘다.

▲큰 꿈이라면.
=고국 캄보디아에 학교를 짓고 싶다. 가난 때문에 못 배우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물론 재능이 보이는 아이들에겐 큐도 쥐어줄 생각이다. 아직 꿈 같은 이야기지만, 당구로 번 돈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남편은 이런 제 꿈에 아무 조건 없이 동의해줬다.
▲‘캄보디아 당구스타’가 큐를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0년 남편과 결혼하고 1년 가량 지났을 때다. 남편 따라 우연히 당구장에 갔는데, 친구분들이 한 번 쳐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처음 알려준 길을 척척 쳐냈다. 이후 당구에 재미를 붙였고, 나중엔 지금 가족처럼 지내는 재석 오빠(이재석 선수), 유주 언니(이유주 선수), 애린이(전애린 동호인)까지 만났다.
사실 이날 인터뷰는 스롱 피아비 선수가 “제 한국 친오빠”라고 부르는 이재석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롱 피아비가 한 단어만 꺼내도 기자에게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티가 강하게 났다.

▲연습은 어디서 얼마나 하나.
=지금 충북 청주에 남편과 살고 있어 청주 지역 여러 클럽에 나가서 한다.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클럽에 쭉 있는데, 실제로 큐를 드는 시간은 6시간 정도다. 서울의 연습장은 따로 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던데.
=경기장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한다. 저라는 선수를 인정해 주시고 또 응원해 주시는 분들 아닌가.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당장의 목표는 남자 선수들처럼 1점 중반대 애버리지의 선수로 발전하는 것이다. 길게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훌륭한 선수가 돼 모두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선수를 떠나선 고마운 우리 남편과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당구뿐만 아니라 내 삶도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춘천=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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