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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김민아의 부활 키워드는 ‘마인드 리셋’…당구 인생 새 눈을 뜨다

최근 LPBA6차전 휴온스배 우승, 승부치기 징크스 극복 네번째 정상, “김가영=스롱 3강구도는 제 바람” ‘눈당구’로 공격 일변도에도 변화

  • 황국성
  • 기사입력:2025.11.03 12:50:06
  • 최종수정:2025.11.03 12: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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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가 최근 휴온스배LPBA투어에서 우승,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다. 3번쨰 오승 후 1년8개월만의 일이다. 그 사이 준우승을 3회나 하며 벽을 느꼈다. 그러나 멘탈관리로 승부치기 리스크를 이겨냈고, ‘눈당구’로 공격일변도에도 변화를 준게 주효했다. (사진=PBA)
김민아가 최근 휴온스배LPBA투어에서 우승,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다. 3번쨰 오승 후 1년8개월만의 일이다. 그 사이 준우승을 3회나 하며 벽을 느꼈다. 그러나 멘탈관리로 승부치기 리스크를 이겨냈고, ‘눈당구’로 공격일변도에도 변화를 준게 주효했다. (사진=PBA)
최근 LPBA6차전 휴온스배 우승,
승부치기 징크스 극복 네번째 정상,
“김가영=스롱 3강구도는 제 바람”
‘눈당구’로 공격 일변도에도 변화

“김가영, 스롱 피아비와 3강 구도 만들겠다.”

25/26시즌 LPBA 6차투어 ‘휴온스챔피언십’에서 김상아(하림)를 제치고 1년8개월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민아(NH농협카드)는 당찬 메시지를 남겼다. ‘김민아여서’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20년 LPBA 무대에 뛰어든 김민아는 초반 프로의 낯선 환경에 적응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22/23시즌 하나카드챔피언십에서 결승에 올라 스롱을 누르고 프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23/24시즌엔 경주 블루원리조트챔피언십과 크라운해태챔피언십 결승에서 각각 김가영, 스롱을 따돌리며 LPBA 한 시즌 2승을 수확했다. ‘3강 구도’가 진작 펼쳐질 흐름이었다. 그러나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1년 8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그사이 준우승만 세 번. 특히 지난시즌 ‘1강’ 김가영(하나카드)과 올 3월 치른 24/25시즌 LPBA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무기력하게 진 뒤 “김가영이란 벽이 느껴졌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불과 7개월여 전이다. 자신 한계를 인지했다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자칫 슬럼프로도 이어질 만했다. 그럼에도 대한당구연맹 여자부 랭킹 1위 출신답게 저력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다시 품었다.

성장통을 극복한 과정이 궁금했다. 김민아는 가감 없는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시즌부터 승부치기가 생겼다. 스스로 몰랐는데 주위 동생들이 ‘언니는 모 아니면 도’라고 하더라. 32강에서 승부치기를 안 하면 결승에 거의 간다고. 실제 성적표를 찾아보니 그렇더라. 이번엔 ‘절대 세트를 내주지 말자’는 정신으로 임했다. 무조건 3:0, 3:1로 끝내자고 다짐했다.”

이런 다짐은 ‘승부치기 징크스’의 원인을 찾아내고 극복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스스로 찾은 이유는 멘탈 문제다. 불안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승부치기에서 안 떨리는 선수는 없지만 유독 제어할 능력이 부족했다.”

소속팀 NH농협카드 도움으로 임기용 멘탈 코치와 세 차례 마주했다. 승부치기, 더 나아가 이전 세 차례 결승전에서 느낀 커다란 중압감 등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최상의 멘탈을 품는 방법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임 코치께서 ‘잘했을 때를 떠올리며 당시 마음가짐을 느껴보라’고 하시더라. 가까운 동생과 대화를 통해 잘 쳤을 때 몸의 세포까지 느끼고자 했다. 확실히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더라”“

지난 문제의 장면이 저절로 그려졌다. “상대가 샷을 할 때 앉아 있지 않느냐. 그때 쓸데없는 걱정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번에 점수를 내주면 어쩌지? 3점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등이다. 위축되지 않아도 될 상황인데 압박을 느꼈다. (멘탈 지도를 받은 뒤) 그런 생각을 멀리하는 방법을 익혔다. 예를 들어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상대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잡 생각이 끊긴다. 어느덧 내 타석이 온다.“

멘탈 관리와 더불어 비시즌 ‘눈당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월드챔피언십 결승 때 가영 언니에게 패한 뒤 ‘벽을 느꼈다’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당시까지는 둘 다 공격적인 스타일이라고만 여겼다. 다만 6세트로 기억하는 데 내가 칠 공이 거의 없더라. 내 공이 어려우면 맞수비해야 하는데 할 줄 몰랐다. 나중에 (경기 영상을) 보니까 가영 언니는 그런 초이스를 하더라. 더 많은 선수의 경기도 봤다. 수비가 되는 포지션에 초이스를 어떻게 하는지. 이번 대회에 큰 도움이 됐다. 당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했다. 자신을 괴롭힌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해결책을 찾아냈다. 당구 인생 새 눈을 떴다. 그래서 방심은 없다. ”(우승 직후 말한) 3강 구도는 솔직히 바람이다. 세 번 준우승할 때 상대가 가영 언니, 피아비였다. 한번이라도 내가 우승했다면 3강 구도가 실제 이뤄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맥없이 패했다. 항상 그들 뒤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3강 구도를 만들겠다고 인터뷰한 건 내뱉은 말에 책임지려는 심리가 따르기에 ‘던져 놓은 것’이다.“

부활 키워드는 ‘마인드 리셋’이다. 경기뿐 아니라 일상도 달라졌다. ‘스스로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걸 배웠다. 김민아의 이번시즌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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