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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남의 잇츠 스누커] 당구대회 결승전이 무려 5시간, 그럼에도 끄떡없는 선수들

최유경 박은주 박성민 이길남, 韓당구심판 4명 英월드챔피언십 참여,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주, 부심 맡아 “보다 많은 한국 심판에게 기회 주어졌으면”

  • 황국성
  • 기사입력:2025.10.26 10:23:24
  • 최종수정:2025.10.26 10: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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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구연맹 당구심판들이 최근 영국 랜디우드스누커클럽에서 열린 WPBSA 주최 대회에서 성공적으로 심판직을 수행했다. (왼쪽부터)이길남 최유경 박은주 박성민 심판. (사진=이길남 심판)
대한당구연맹 당구심판들이 최근 영국 랜디우드스누커클럽에서 열린 WPBSA 주최 대회에서 성공적으로 심판직을 수행했다. (왼쪽부터)이길남 최유경 박은주 박성민 심판. (사진=이길남 심판)
최유경 박은주 박성민 이길남,
韓당구심판 4명 英월드챔피언십 참여,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주, 부심 맡아
“보다 많은 한국 심판에게 기회 주어졌으면”

추석연휴 끝인 지난 8일 필자와 최유경 박은주 박성민 대한당구연맹 심판은 인천공항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필자에게는 2023년과 2025년 4월 이후 세 번째 장도지만, 다른 3명에게는 초행 길이었다.

목적지는 WPBSA(World Professional Billiards and Snooker Association)이 주최한 ‘영국오픈’(World Billiards English Open)과 ‘월드챔피언십’(World Championship)이 열리는 영국 중부 버밍햄 인근 그렛 윌리(Great Wyrley)다. 영국에서 통상 빌리어드라 하면 우리나라로 치면 잉글리시빌리어드다. 이 대회는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회로 꼽힌다.

유명한 대회인 만큼 우리 심판진들은 지난 5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점수 매기는 것도 한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익숙해져야 했다. 실수라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실습도 여러번 했다.

대회장인 랜디우드스누커클럽(Landywood Snooker Club)은 대형 스누커 테이블 12대가 있는 고풍스런 당구클럽이다. 대회가 개막되고 나니 예상했던 대로 일정이 빡빡했다. 필자는 몇 차례 경험했지만 다른 심판들에게는 생소한 장면이었다.

대회는 점수제가 아닌 시간제(time format)로 진행됐다. 예선 리그는 90분, 24강전은 120분. 16강전은 150분인데, 중간에 휴식이 없었다.

이어 8강전은 180분, 4강전은 240분이지만 중간에 30분 휴식시간이 있었다. 결승전은 무려 300분 경기로 진행되는데 중간에 1시간 휴식시간이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이러한 경기방식에 익숙해져서인지,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새삼 당구가 체력전이라는걸 느꼈다.

5시간 짜리 결승전 부심을 맡은 박은주 심판이 경기 끝난 후 스코어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길남 )
5시간 짜리 결승전 부심을 맡은 박은주 심판이 경기 끝난 후 스코어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길남 )

주최측은 한국 심판들에게 많은 경기를 맡도록 배려했다. 한국 심판들도 어렵게, 멀리서 온 만큼 한 경기라도 더 심판직을 수행하고 싶었다. 예선전부터 본선 16강전, 8강전, 준결승, 결승까지 주심과 부심을 맡았다. 특히 한국 심판들에게 방송 경기가 많이 배정됐고, 결승전 부심도 박은주 심판이 맡았다.

대회 심판진은 개최국인 영국과 한국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홍콩 호주 6개국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2년 전에는 필자 혼자 외롭게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4명이 함께 와서 심판을 보니 든든했다. 경기 끝나고 숙소에 와서는 각자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보다 많은 대한당구연맹(KBF) 심판들에게도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상식에서 WPBSA 제이슨 퍼거슨 회장을 만난 것도 성과였다. 퍼거슨 회장과의 만남이 앞으로 WPBSA대회에서 한국 심판들의 심판 수행에 관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심판들은 지난 19일 귀국했다. 총 12일간의 일정 중 영국에서의 심판 수행은 6일이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일정이지만 당구 종주국에서 여러 소중한 경험을 했다.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어드 종목을 떠나 캐롬과 포켓볼 심판 수행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박성민 심판은 “세계 정상권 선수들은 실력뿐 아니라 동료 선수와 심판을 대하는 태도도 훌륭했다. 또한 외국 심판들에게서도 심판수행과 상황대처와 관련 많은걸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일정으로) 심판으로서의 자부심을 얻었다. 보다 많은 심판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한당구연맹 심판, 당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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