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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소식듣고 온몸에 소름"

컴파운드 양궁 간판 김종호
기계식 활 컴파운드 경기
2028 LA올림픽 金 노려
5일 개막 광주 세계양궁선수권
개인·단체·혼성 종목 출전

  • 김지한
  • 기사입력:2025.08.31 18:01:48
  • 최종수정:2025-08-31 2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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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운드 양궁 국가대표 김종호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양궁장에서 컴파운드 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 한주형 기자
컴파운드 양궁 국가대표 김종호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양궁장에서 컴파운드 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 한주형 기자
한국에서 16년 만에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5일부터 12일까지 5·18민주광장(각 종목 결승)과 광주국제양궁장(예선) 등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열릴 2025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일반적으로 팬들에게 잘 알려진 리커브와 함께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된 컴파운드도 함께 치러진다.

도르래와 조준경이 붙은 기계식 활을 들고 경기를 하는 컴파운드 양궁에서 김종호(31·현대제철)는 특히 한국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이 내세우는 에이스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최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양궁장에서 만난 김종호는 "홈에서 열리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러 올 텐데,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개인·단체·혼성전 등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종호는 10년 전 광주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에서 개인·단체·혼성전 3관왕을 달성해 이미 광주에서 좋은 추억을 만든 적이 있다.

특히 지난 7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4차 월드컵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컴파운드 대표팀의 분위기도 올라갔다. 김종호는 "함께 나선 선수들끼리 의기투합해 '죽기 살기로 해보자'고 도전해보니까 결과가 잘 나왔다. 세계선수권 때도 못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종호는 대표팀 맏형 최용희(현대제철)와 함께 한국 컴파운드 양궁을 이끌어왔다. 어느새 대표팀에서 활동한 지 13년 차.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리커브 양궁을 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탓에 한때 운동을 그만두려 했던 김종호는 2011년 호진수 청주시청 감독(현 리커브 여자 대표팀 감독)의 권유로 컴파운드 양궁으로 전향하고 날개를 폈다. 2015년 세계선수권 혼성전에서 금메달, 같은 해 1차 월드컵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종호는 2019년 세계선수권 2관왕, 2021년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꾸준하게 성과를 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슬럼프도 겪었다. 오랫동안 훈련과 경기 출전을 반복하면서 누적된 허리 통증이 문제가 됐다. 2023년에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 허리디스크로 힘겹게 대회를 치렀던 그는 이후 시술과 재활을 거쳐 다시 몸을 만들었다. 김종호는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조바심이 생기곤 했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면서 불안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힘겹게 국가대표를 유지해오던 김종호가 전환점을 찾은 건 올해 4월 2028 LA올림픽에 컴파운드 양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다. 정식 종목으로 편성된 건 혼성단체전 1개뿐이지만 그동안 리커브 종목에 가려져 있던 컴파운드 종목이 LA올림픽을 통해 하계올림픽에 입성한다. 그러면서 김종호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는 "올림픽 종목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 의식이 확실하게 잡히니까 내가 잠시 나태해졌다는 생각과 함께 대회가 열릴 3년 동안 미친 듯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포물선을 그리며 시속 200㎞가량으로 날아가는 리커브 양궁에 비해 컴파운드 양궁은 화살이 직선으로 날아가 시속 300㎞에 달할 만큼 빠르다. 컴파운드 양궁의 매력에 대해 김종호는 "리커브보다 10점을 많이 쏘다 보니 정교하게 과녁을 조준해야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 수 있다. 10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시원시원하고 짜릿한 승부가 많다는 것이다. 이게 컴파운드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표 선수가 되고서 훈련 시간에 지각도 거의 안 했을 만큼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그는 "컴파운드 양궁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자신의 2년 선배인 파리올림픽 리커브 양궁 3관왕 김우진(33·청주시청)과 같은 활약을 다짐했다. 김종호는 "많은 금메달을 딴 우진이 형처럼 나도 이번 세계선수권과 내년 아시안게임, 최종적으로는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표로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 훗날 컴파운드 양궁 하면 내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진천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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