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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당구보다 봉사활동을 더?” 2승 부활날갯짓, 스롱피아비의 고백

당구선수와 봉사로 어려운 사람 행복하게 해주는 게 꿈, 새 코치 덕에 공의 원리 터득

  • 황국성
  • 기사입력:2025.08.28 07:50:03
  • 최종수정:2025.08.28 07: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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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한 스롱피아비. 그는 단순히 톱랭커로만 돌아온게 아니라 봉사로 어려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꿈을 꾸는 ‘선한 영향력’의 당구선수로 돌아왔다. 3차전 우승 후 기뻐하는 스롱피아비. (사진=PBA)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한 스롱피아비. 그는 단순히 톱랭커로만 돌아온게 아니라 봉사로 어려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꿈을 꾸는 ‘선한 영향력’의 당구선수로 돌아왔다. 3차전 우승 후 기뻐하는 스롱피아비. (사진=PBA)
당구선수와 봉사로
어려운 사람 행복하게 해주는 게 꿈,
새 코치 덕에 공의 원리 터득

25/26시즌 여자 프로당구 LPBA는 지난시즌 ‘김가영 천하’를 뒤로 하고 ‘캄보디아 특급’ 스롱피아비가 초반 세 차례 투어 중 2승을 기록, 부활 날갯짓을 하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시즌 스롱피아비는 무관에 그쳤을뿐더러 뚝 떨어진 경기력으로 우려를 샀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는 “스롱피아비가 이전보다 당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특히 캄보디아를 오가며 봉사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소화하는 시간이 늘면서다.

만 20세이던 지난 2010년 충북 청주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던 김만식 씨와 결혼한 스롱피아비는 이듬해 우연히 남편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큐를 잡았다. 재능을 눈여겨본 김 씨가 피아비에게 정식으로 당구를 배워볼 것을 제안한 건 유명한 일화다.

기본으로 돌아가니 멘털도 강해져
어떤 어려움 와도 중심 잡고 일어설 것

스롱피아비는 독하게 훈련하며 당구 묘미에 빠져들었다. 2014년부터 3년간 전국 아마추어대회를 휩쓸었고, 2017년 6월 국내 1위에 올랐다. 이후 아시아선수권 우승, 세계선수권 4강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단숨에 ‘캄보디아 영웅’으로 거듭났다.

캄보디아는 스롱피아비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당구 종목이 생소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총리 주도로 캄보디아캐롬연맹을 창설했다. 스롱피아비는 더욱 더 큰 책임감을 안게 됐다. 더 나아가 국내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뿐 아니라 조국에 있는 수많은 어려운 이들을 돕고, 기부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봉사’를 입버릇처럼 꺼냈다. 다만 지난 시즌 성적이 따르지 않으면서 스롱피아비의 당구장 밖 행보를 ‘외유’로 폄하하는 시선이 따른 게 사실이다.

그 역시 잘 알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해 마음 속 얘기를 꺼낸 적 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한국에 왔다. 좋은 남편을 만났지만 세상을 잘 모르던 때다. 당구를 통해 큰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우승하고 좋은 선수로 성장한 것도 의미있지만, 어떻게 하면 내 주변과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느끼게 됐다. 나를 통해 행복해하는 캄보디아인, 또 꿈을 얻는 어린이를 보며 비전이 달라지게 됐다.”

선수로 톱랭커 지위를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행복’을 느꼈다고 했다. “누군가 내게 선수로서 더 큰 목표가 뭐냐고 물은 적 있다. 솔직히 선수로는 ‘우승’이라는 것 외에 표현할 게 없다. 그때 더 느꼈다. 당구만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 당구를 통해 지속해서 누군가를 도울 존재가 되고 싶었다. (지난시즌에) 훈련은 평소처럼 했다. 다만 쉴 때 봉사활동 등에 매진한 건 사실이다. 삶의 방향이 명확해져서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좋은 당구 선수이자 봉사를 통해 어려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꿈이다.”

어찌 보면 ‘제2 성장통’ 속에서 스롱피아비는 올해 초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스스로 지향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프로젝트에 들어간 것이다. 새 시즌 챔피언으로 복귀하는 데 조력자로 언급한 ‘지도자’ 임철 코치를 새 스승으로 맞이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마치 맞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싸우는 복싱 선수가 된 느낌이었다. 과거엔 어려움에 몰리면 겁이 났는데, (이젠)과감하게 이겨내고자 했다. 임철 선생님을 만나 더 강해졌다. 소속팀(우리금융캐피탈) 엄상필 선배와 30년 가까이 지낸 분이다. 나 역시 10년 전에 뵙긴 했지만 당구를 제대로 배운 건 처음이다.”

임철 코치 얘기도 들어봤다. 그는 “올 상반기부터 함께 했는데 4, 5월엔 월~금 하루 10시간씩 훈련했다. 나와 스롱피아비 둘 다 감기몸살이 걸렸을 때도 10시간을 꼬박 채웠다”며 “힘 조절에 신경 썼다. 스롱피아비가 새 시즌 가장 달라진 건 공을 치는 속도다. 그전엔 두께를 두고 강하게 치려고만 했다. 지금은 공에 맞는 유리한 자세와 스트로크를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스롱피아비 역시 체득했다. “확실히 힘을 빼고 치는 게 느껴진다. 아직 경기 중 불안할 땐 과거처럼 칠 때가 있긴 하지만 공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 같다. 내 몸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모든 스트로크가 달라진다. 기본으로 돌아가니 멘털도 강해지는 느낌이다. 이젠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중심 잡고 일어설 것이다.”

인생의 지향점이 달라진 만큼 ‘부활’이라는 단어는 언뜻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스롱피아비는 당구선수로 한 차원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잡은 큐를 통한 성과,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고 꿈꾸는 누군가에게 멘토 그 이상이 되기를 꿈꾼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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