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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명품 브랜드, 스포츠도 '접수'

LVMH, 제로토크 퍼터사 매입
올림픽·F1 등에도 대형 투자
구찌 '테니스 1위' 신네르 후원
샤넬은 영국 보트 대회 스폰서
외연 확장 통한 인지도 확대
티켓값 상승 등 팬 부담우려도

  • 김지한
  • 기사입력:2025.08.15 17:37:04
  • 최종수정:2025-08-15 19: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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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올해부터 5년간 후원하기로 한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 보트 레이스 대회 학생 선수들이 트로피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넬 보트 투어 페이스북 캡처
샤넬이 올해부터 5년간 후원하기로 한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 보트 레이스 대회 학생 선수들이 트로피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넬 보트 투어 페이스북 캡처
선수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도, 축구팀 선수들이 입는 정장에도, 경기 기록 계측기에도 럭셔리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게 붙는다. 최근 잘나가는 스포츠 브랜드를 발 빠르게 인수한 명품 브랜드사도 나타났다.

스포츠계에 '명품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화를 통해 스포츠 산업 시장 가치가 높아지자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스포츠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소비력 높은 팬층이 두꺼운 골프, 자동차 경주, 테니스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축구 등에 럭셔리 브랜드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제로 토크 퍼터 열풍의 중심에 서 있던 골프용품사 랩(L.A.B.)골프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서 지원을 받는 사모펀드 L 캐터튼에 인수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수 비용만 2억달러(약 2780억원)에 달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랩골프가 시장에서 한층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L 캐터튼은 라이프스타일 관련 소비재 전문 사모펀드로, 2016년 LVMH의 지원을 받은 뒤 운용자산(AUM)만 330억달러(약 45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VMH는 최근 들어 스포츠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는 대회 조직위원회와 프리미엄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 후원 규모만 1억5000만유로(약 243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과 올해부터 10년간 대형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총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를 투자한 LVMH는 우승 트로피 보관함과 기록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계열 브랜드인 루이비통, 태그호이어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루이비통은 F1뿐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럭비월드컵,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등 우승 트로피를 보관하는 트렁크 제작 후원도 진행하고 있다.



얀니크 신네르가 한 테니스 대회에서 구찌 가방을 어깨에 메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네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얀니크 신네르가 한 테니스 대회에서 구찌 가방을 어깨에 메고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신네르 공식 홈페이지 캡처
다른 럭셔리 브랜드사들의 스포츠 마케팅도 줄을 잇고 있다. 구찌는 지난해 11월부터 테니스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앰배서더 계약을 맺었다. 신네르는 2023년 메이저 대회 윔블던에서 처음 구찌 가방을 메고 경기장에 등장했고,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구찌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옷을 입고 사진을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또 샤넬은 영국의 전통적 보트 레이스 대회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보트 레이스 타이틀 후원사로 5년간 계약했다. 프레데리크 그랭지에 샤넬 시계·주얼리 부문 사장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집단의 노력과 우수함을 추구하는 대회의 가치와 잘 맞는다"며 후원 배경을 밝혔다.



루이비통이 제작한 FIFA 월드컵 트로피 트렁크.   루이비통
루이비통이 제작한 FIFA 월드컵 트로피 트렁크. 루이비통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축구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럭셔리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LVMH는 지난 6월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후원 계약을 맺고 선수들이 입을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후원하기로 했다. 앞서 LVMH는 2021년에 프랑스 2부(리그2) 파리 FC 지분 55%를 인수해 럭셔리 브랜드사로는 처음 축구 클럽을 인수했다. LVMH 측은 "기업가적 비전과 전문성으로 파리 FC 브랜드의 영향력을 장기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계열사 스포츠 라인인 EA7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팀 SSC 나폴리의 유니폼 제작을 후원하고 있으며, 크리스찬 디올도 프랑스 축구팀 파리생제르맹의 공식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스포츠 후원을 통한 외연 확장을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최고경영자(CEO)는 F1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스포츠를 통해 '문화 브랜드'가 되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잇따른 스포츠계 후원이 소비자인 스포츠 팬층에 마냥 달갑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명품 브랜드사들의 등장은 스포츠계에도 이른바 '럭셔리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스폰서십은 기업과 대회에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입장권 가격 증가 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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