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계에 '명품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화를 통해 스포츠 산업 시장 가치가 높아지자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스포츠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로 소비력 높은 팬층이 두꺼운 골프, 자동차 경주, 테니스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축구 등에 럭셔리 브랜드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제로 토크 퍼터 열풍의 중심에 서 있던 골프용품사 랩(L.A.B.)골프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서 지원을 받는 사모펀드 L 캐터튼에 인수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수 비용만 2억달러(약 2780억원)에 달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랩골프가 시장에서 한층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L 캐터튼은 라이프스타일 관련 소비재 전문 사모펀드로, 2016년 LVMH의 지원을 받은 뒤 운용자산(AUM)만 330억달러(약 45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VMH는 최근 들어 스포츠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는 대회 조직위원회와 프리미엄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 후원 규모만 1억5000만유로(약 243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과 올해부터 10년간 대형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총 10억달러(약 1조3900억원)를 투자한 LVMH는 우승 트로피 보관함과 기록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계열 브랜드인 루이비통, 태그호이어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루이비통은 F1뿐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럭비월드컵,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등 우승 트로피를 보관하는 트렁크 제작 후원도 진행하고 있다.

또 샤넬은 영국의 전통적 보트 레이스 대회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보트 레이스 타이틀 후원사로 5년간 계약했다. 프레데리크 그랭지에 샤넬 시계·주얼리 부문 사장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집단의 노력과 우수함을 추구하는 대회의 가치와 잘 맞는다"며 후원 배경을 밝혔다.

그 밖에도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계열사 스포츠 라인인 EA7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팀 SSC 나폴리의 유니폼 제작을 후원하고 있으며, 크리스찬 디올도 프랑스 축구팀 파리생제르맹의 공식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브랜드사 입장에서는 스포츠 후원을 통한 외연 확장을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최고경영자(CEO)는 F1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스포츠를 통해 '문화 브랜드'가 되려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잇따른 스포츠계 후원이 소비자인 스포츠 팬층에 마냥 달갑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명품 브랜드사들의 등장은 스포츠계에도 이른바 '럭셔리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스폰서십은 기업과 대회에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입장권 가격 증가 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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