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매거진의 편집장이라고 하니까 “골프를 잘 치시겠네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쑥스럽게 “잘 못 칩니다”라고 답합니다. 필드에서 머리를 올린 지가 30년 가까이 됐고 ‘한때’ 골프대회에서 77타를 쳐서 싱글의 맛도 봤습니다만 지금은 평범한 주말 골퍼입니다. 전국에 파(par)가 하나만 나와도 첫 홀은 ‘파’로 적는다는 일파만파와 전후반 멀리건 한 개씩을 적용하는 명랑골프 규정을 적용해야 겨우 백돌이를 벗어나는 수준입니다.
지난 1년간 <매경GOLF>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도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치는 건 제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습니다. <매경GOLF>도 엄연한 사업체이다 보니 경영정상화가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국내 골프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경GOLF>도 급속히 냉각된 골프 시장의 위축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매경GOLF> 전 가족이 열심히 뛰어 준 덕분에 올 상반기까지 일정 부분 경영다각화도 진행됐고 수익성도 개선됐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시간을 내 골프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가끔은 골프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필드에 나가 업계에서 돌아가는 소식도 듣습니다.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도 합니다. 미스터리 쇼핑은 1960~1970년대 미국 유통업계에서 도입된 마케팅 조사 기법입니다. 일반 고객을 가장해 고객응대, 서비스 품질, 매장 환경 등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겁니다. 골프용품을 파는 매장에도 가보고 실내, 실외 골프연습장도 일부러 여러 곳을 이용해 봤습니다.
현장에서 매장 직원들이 어떻게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지,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이렇게까지 골프 경기가 안 좋을까 싶을 정도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없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의 사기(Morale)가 너무나도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손님이 많고 회사가 잘돼야 직원들도 신이 납니다. 회사가 마주한 경영 그늘이 직원들의 표정에도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무표정하고 무뚝뚝하게 ‘나는 당신이 귀찮다’는 태도로 불친절하게 손님을 맞으니 장사가 잘될 수 없습니다.
경영진이 직접 매장에 나가 현장을 챙겨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스터리 쇼핑까지는 아니어도 현장 판매직원의 사기를 살려주는 게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고객입장에서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무언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 근본에 충실 해져야 합니다. 장사가 안되는 곳은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보다 소비자 경험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