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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잔디깎고, AI드론은 코스 점검 … 골프장 첨단기술 전쟁

아시아나CC, 진화된 AI드론
농약 30% 줄이고 물도 절감
서원밸리, 무인 잔디깎는 기계
8명이 할일 반나절만에 뚝딱
캐슬렉스, 첫 블록체인 활용
회원권 등 각종 인증서 발급

  • 조효성
  • 기사입력:2025.07.27 17:31:29
  • 최종수정:2025-07-27 19: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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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무인 잔디 깎는 기계가 설정된 값에 맞춰 잔디 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AI 드론이 코스 곳곳을 살피며 코스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나CC·서원밸리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무인 잔디 깎는 기계가 설정된 값에 맞춰 잔디 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AI 드론이 코스 곳곳을 살피며 코스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아시아나CC·서원밸리
'웅~'.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CC 3번홀 페어웨이. 납작하면서 작은 탱크처럼 생긴 기계가 골프 코스에 등장하자 골퍼들의 눈길이 쏠렸다. 시끄럽지도 않고 크기도 작은 기계가 마치 로봇청소기처럼 코스 곳곳을 다니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무인 잔디 깎는 기계'다. 기계가 지나간 경사면은 잔디가 말끔하게 정리됐고 라운드하는 데 크게 방해되지도 않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한골프협회 메이저 대회 등을 개최하는 서원밸리CC는 잔디가 좋기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그리고 최근 폭염 등 다양한 기상 상황에도 무리 없이 잔디 관리를 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무인 잔디 깎는 기계를 도입했다. 몸값이 1억원에 육박하지만 효율성은 최고다.

정석천 서원밸리 대표는 "골프장을 관리하는 로봇청소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폭염으로 인해 내장객이 줄어드는 오후 시간에도 잔디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무엇보다 코스 내 경사면이나 연못 근처 위험구역 등까지 꼼꼼하게 작업한다. 사람 8명이 종일 해야 하는 일을 무인 기계 한 대가 반나절이면 끝내기 때문에 효율성도 좋다"고 자랑했다.

서원밸리는 매일 코스 곳곳 잔디의 뿌리를 관리하고 수분을 측정하며 태블릿PC로 공유할 정도로 잔디에 진심인 곳이다. 앞서 드론을 도입해 정교하게 코스를 관리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어떤 환경에서도 코스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금호리조트가 운영하는 아시아나CC는 일찌감치 드론을 사용해 코스 관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드론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사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금호리조트 관계자는 "아무리 전문가이거나 오랜 경력을 지녔다고 해도 코스 관리를 정밀하게 하고 30만평이나 되는 용지를 매일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폭염이나 장마 기간에는 땅속 상황까지 제대로 알기 힘들다"며 "AI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잔디 생육 상태, 배수 불량 구간, 이종 잔디 분포 현황 등 코스 전반의 품질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AI 드론에 장착된 다양한 센서를 통해 골프장 전체 상황을 체크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비교하면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덕분에 필요한 곳에만 방제를 하고 관리를 집중해 농약 사용량이 30%나 줄었고, 물 사용량도 절감됐다. 이뿐만 아니다. 작업 시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폭염에 코스를 돌며 사진을 찍을 필요도 없다. 첨단 AI 드론을 도입하면서 관리자가 편해졌고, 사고 위험도 줄었다. 아시아나CC 직원이라면 이제 '드론 자격증'은 필수다. 현재 코스 관리 직원의 29%가 드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 골프장 시대. 무조건 사람을 줄이고 이를 기계가 대체하는 효율성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안전하게, 명확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정 대표는 "각종 첨단 기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다"며 "최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 낮에는 골프장 페어웨이와 러프, 삼림 구역 등을 세세하게 살피기 어렵다. 사람이 한다면 4~5명 이상이 투입돼야 하고 탈수와 사고 등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론을 통해 넓은 지역을 빠르게 스캔하고, 이를 기존 데이터와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며 "무인 잔디 깎는 기계는 효율성도 높지만 어떤 기상 상황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고 워터해저드 구역 근처나 경사면 관리도 쉽게 할 수 있어 사람이 할 경우 발생할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관리에만 첨단 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종이 회원권도 속속 사라지고 있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이력까지 모두 확인되는 블록체인 기술 덕분이다.

캐슬렉스 서울GC는 레코스, 싸이웍스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국제표준 오픈배지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캐슬렉스 서울GC는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했다.

이석무 캐슬렉스 대표는 "디지털 배지는 기존 종이 인증서와 달리 국제표준 규격의 메타 데이터를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성과를 안전하게 저장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고객들이 회원권의 분실이나 훼손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반응이 좋다"며 "특히 스마트폰으로 회원인 것을 확인하기도 쉽고, 오픈배지로 라운드 이력, 버디·이글 등 스코어와 관련된 각종 기록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홀인원을 한 고객이 동반자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자랑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오픈배지 도입은 골퍼들에게 혁신적인 성취 경험을 제공하고 골프장의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해 골프장 운영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슬렉스 서울GC는 앞서 회원제 골프장 중 최초로 프런트 완전 무인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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