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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서 헤엄치겠다 … 美 무대 재도전"

KPGA 통산 9승 김비오
아직 골프 열정 남아있어
이달말 콘페리투어 출전
20대 이후 다시 문두드려
번아웃 딛고 긍정 멘탈 장착
가족과 여행 통해 생각 바꿔
제네시스 대상 5위내 목표
PGA 무대서 반드시 뛸 것

  • 김지한
  • 기사입력:2025.07.25 17:27:46
  • 최종수정:2025.07.25 17: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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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오가 지난달 15일에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티샷한 공을 바라보고 있다.  KPGA
김비오가 지난달 15일에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에서 티샷한 공을 바라보고 있다. KPGA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9승을 거두고 어느새 '베테랑'급 골퍼로 올라선 김비오(34)가 다시 해외를 정조준한다. 10대 때부터 그토록 뛰기를 바랐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문을 다시 두드리기 위해 한 걸음씩 나가겠다는 각오다.

김비오는 오는 31일부터 나흘간 미국 유타주 오그던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릴 PGA 콘페리투어(2부) 유타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콘페리투어 대회에 나서는 건 2018년 8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김비오는 2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 몫으로 배정된 출전권을 통해 이번에 갑작스럽게 나서게 됐다. 여전히 해외 무대 도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이번에 그동안 다져왔던 내 골프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비오에게 미국은 여전히 도전하고 부딪혀야 할 무대로 남아 있다. 그는 10대 때부터 미국 문을 두드렸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 유학을 했고, 20대 때였던 2011~2012년에 PGA 투어와 웹닷컴투어(콘페리투어 전신) 대회에 출전했다. 2011년 3월에 열린 PGA 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는 개인 최고인 공동 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고, 2018년에 잠시 웹닷컴투어에 복귀했다가 미국 진출 꿈을 접었다.

김비오는 "어렸을 때는 기술적인 면에 심취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향수병에 걸리면서 투어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좋은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아쉬움도 컸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래도 아직 내게 총알 몇 발 정도는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다. 큰물에서 헤엄치고 싶은데, 그사이에 좀 더 단단해진 골프로 내가 갖고 있는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미국 무대 재도전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KPGA 투어 휴식기를 맞아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비오는 "PGA 투어 진출 도전이 수능이라고 한다면 이번 유타 챔피언십은 모의고사 격이 될 것 같다"며 "의욕이 과하면 일을 그르치겠지만, 큰 목표로는 톱10을 잡고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KPGA 투어 통산 9승이라는 기록에서 보듯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비오는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부진한 듯해 보인다. 올해 출전한 8개 대회에서 톱10은 단 한 차례, 지난달에 열린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거둔 단독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평균 타수 10위(70.62타)에 올라 있지만 그린 적중률 65.71%, 페어웨이 안착률 44.97% 등 샷 기복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김비오는 "프로골퍼를 하면서 올해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시즌 KPGA 투어에서 그의 여유로운 미소를 자주 볼 수 있다. 자신의 SNS를 통해 갤러리들에게 대회 초대권을 나눠주는 등 팬과 적극적인 소통도 하고 있다. 지난해 번아웃을 겪었던 그는 올 시즌 "일희일비하지 않는 골퍼가 되겠다"고 다짐한 뒤 긍정적인 마인드로 투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김비오는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지난해에는 성적을 떠나 골프장에 있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무거웠던 마음을 이겨내보려고 달리기 운동을 했는데 허리까지 다쳤다. 설상가상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상황에서 전환점이 필요해 작년 하반기에 휴식기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한 휴식기는 좋은 전환점이 됐다. 김비오는 "작년 11월부터 3개월여간 아내, 두 딸과 미국으로 건너가 여행을 했다. 골프를 후순위로 미뤄놓고 가족과 좋은 시간을 가지면서 골프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도 달라졌다. 그 시기를 가진 덕분에 올해는 좀 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플레이하게 됐고, 그게 표정으로도 나오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유타 챔피언십에 나선 뒤 김비오는 8월 말 재개하는 KPGA 투어에서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이 계획 역시 미국 무대 도전과 맞물려 있다. 한 시즌 성적을 환산해 매기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에서 5위 이내에 들면 PGA 콘페리투어 퀄리파잉스쿨 1차전을 면제하고 2차전에 나설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김비오는 "현재 12위에 올라 있는 제네시스 포인트 순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하반기 목표다. 골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PGA 투어에 입성하는 게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듯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회를 꼭 잡는 하반기를 만들어가 보겠다"고 다짐했다. 1승만 더 추가하면 KPGA 투어 통산 두 자릿수 승수도 달성하는 김비오는 "실력과 멘탈 모두 좀 더 단단해진 골프로 한층 더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훗날에는 꼭 PGA 투어에서 뛰고 싶다. 많이 지켜봐달라"고 힘줘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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