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과 김광현의 소속팀인 한화와 SSG는 25~2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KBO리그 정규리그 주말 3연전을 펼친다. 이 중 류현진과 김광현은 3연전 두 번째 경기인 26일 오후 6시에 나란히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한화 감독과 이숭용 SSG 감독은 우천 취소, 부상 등 변수가 없다면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그대로 운영할 방침이다.
1987년생 류현진과 1988년생 김광현은 2000년대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을 날렸다. 김광현보다 1년 이른 2006년에 KBO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은 첫해부터 18승을 올려 최우수선수상(MVP)과 신인왕,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했다. 2007년에 데뷔한 김광현도 첫해 SK 와이번스(현 SSG)의 우승을 이끌고 이듬해에는 다승왕(16승), 탈삼진왕(150개)을 차지하면서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싹쓸이했다. 둘은 국가대표에서 의기투합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굵직한 성과도 함께 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 투수들답게 나란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진출해 활약했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10년간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거치면서 통산 78승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MLB 올스타로 뽑혀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나서는 영예를 누렸다. 김광현은 2020년과 2021년 2년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평균자책점 2점대(2.97)의 좋은 투구 내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KBO리그 통산 다승에서는 김광현이 175승, 류현진이 114승을 거둬 현역 선수 중 양현종(KIA 타이거즈·184승)에 이어 나란히 2위,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함께 프로 생활을 해오던 둘은 정작 공식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얄궂게 내린 비가 문제였다. 2010년 5월 23일에 둘은 대전에서 나란히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당시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돼 대결이 무산됐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시 돌아온 KBO리그에서도 둘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등판 일정이 겹치는 듯하다가도 코칭스태프가 경기와 관련된 각종 변수를 이유로 내세워 선발 로테이션을 바꾸는 바람에 대결이 불발된 상황이 이어졌다.
그나마 둘은 2010년 7월에 열린 올스타전과 2011년 3월에 치러진 시범경기에서 상대한 적은 있었다. 시범경기에서는 류현진이 판정승을 거뒀다. 당시 SK 타선을 상대로 초반 제구가 흔들렸지만 3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반면 김광현은 3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삼진을 5개 잡아냈지만 4피안타 2볼넷 4실점에 그쳤다.
류현진은 김광현과 맞대결 성사 가능성이 떠오를 때마다 "광현이와 대결하려면 하늘의 뜻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김광현도 "현진이 형과 맞대결이 부담스럽지 않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맞대결 성사를 바랐다. 그러나 실제 맞대결을 앞두고 둘은 저마다 방식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맞대결에 좀 더 여유를 보인 건 김광현이었다. 류현진은 "상대 투수와 상관없이 내가 할 일은 타자를 잡는 것이다. 괜히 광현이를 신경 쓰면 내가 흔들릴 수 있다. 아마도 광현이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광현은 "현진이 형 말처럼 각자 상대 타자들을 상대하겠지만,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날 현진이 형이 아마 올해 최고 구속을 찍을 것 같다"며 웃어 보인 뒤 "예전에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여유도 생겼다. 재미있을 것 같다. 둘 다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둘 다 어느새 30대 후반인 나이 탓에 8~9이닝까지 길게 던지지는 않고, 완급 조절을 통해 5~6이닝을 소화하는 스타일을 시즌 내내 이어오고 있다. 다만 경기력 면에서는 올 시즌 류현진이 다소 앞서고 있다. 류현진은 6승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 중인 반면 김광현은 기복 있는 투구를 펼치면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01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올해 10연승 이상만 두 차례 기록하면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한화의 강타선을 김광현이 얼마만큼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다. 타자를 상대하는 두 투수의 주무기도 흥미롭게 지켜볼 요소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김광현은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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