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방어 나서
골프장 곳곳 대형사진 걸려 있어
동료들 “사진 멋지다” 덕담 건네
경쟁 더 치열해지는 시니어 투어
생존하기 위해 최근 연습량 늘려
“골프는 자만하면 결과로 나타나
꿈나무에게 한 말 반드시 지킬 것”

‘Your picture is great.’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메이저 ISPS 한다 시니어 오픈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최경주(55)가 현장에서 만난 동료들에게 수도 없이 들은 말이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R&A는 작년 우승자인 최경주를 예우하기 위해 골프장 곳곳에 우승 사진을 큼지막하게 내걸었다. 동료들의 권유로 자신의 사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 최경주는 2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쑥쓰러워서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인데 기록으로 남겨놓길 잘한 것 같다. 역대 우승자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된 만큼 올해도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24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잉글랜드 버크셔주 서닝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ISPS 한다 시니어 오픈에 출전한다. 지난해 최경주는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만 54세 생일날 정상에 오르며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고 ISPS 한다 시니어 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기 때문이다.
올해도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한 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3번 이름을 올리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최경주.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방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몇 가지 감정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건 동료들과 대회 주최측의 환대”라며 “월요일에 도착해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을 소화했는데 작년 우승에 대한 축하를 다시 한 번 받았다. 메이저 정상에 오르는 게 누구보다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올해도 치분하게 우승을 노려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경주를 깜짝 놀라게 한 것도 있다. 165㎡(50평)이 넘는 크기로 제작된 디펜딩 챔피언 소개 사진이다. 최경주는 “100m가 넘는 거리에서도 나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사진이 여러 장소에 걸려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다시 한 번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개막에 앞서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 일정을 소화한 그는 골프장 구석구석까지 파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이번 대회 승부처로 꼽은 건 그린이다. 서닝데일 골프클럽의 전장이 길지 않고 그린의 경사가 까다로운 만큼 퍼트를 잘 하는 선수가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주는 “작년에 우승을 차지했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코스다. 한국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특히 한양 컨트리클럽과 비슷하다”며 “파5 두 개 홀에서는 모두 투온이 가능하고 파4홀에서도 대부분 숏 아이언을 잡게 되는 만큼 퍼트를 잘 해야 한다. 아무리 홀에 가까이 붙여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 타수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퍼트감이 나쁘지 않다고 밝힌 최경주는 잘 보이지 않는 그린의 경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착시 현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린의 경사를 정확하게 읽는 게 어렵다. 퍼트 결과에 따라 받아들이게 될 성적표가 달라지는 만큼 그린 위에서는 더욱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PGA 투어 챔피언스 5년차가 된 최경주는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최근 연습량을 늘렸다. 그는 “매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게 느껴진다. 찰스 슈와브 컵 랭킹 30위 이내 선수들은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며 “방심하고 자만하는 순간 곧바로 티가 나는 게 골프다. 매년 1승 이상을 거두고 어린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하는 탱크 정신으로 무장한 최경주는 최경주재단 꿈나무들과 프로 골퍼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꾸준히 잘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실력이 떨어지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70세부터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내가 한 말은 제대로 지키는 프로 골퍼가 되겠다.”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한 몸 관리도 변함없이 하고 있다. 최경주는 “푸시업과 플랭크 등은 매일하고 있다. 술과 탄산음료 등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지금도 입에 대지 않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멈추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