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랜드슬램에 US오픈 남아
골든 커리어 글랜드 슬램에도 도전
언제나 이기고 싶어하는 강한 승부욕
목표 달성 위해 집요하게 파고 들어
우즈 이어 차세대 골프 황제로 우뚝
“우즈와 비교되기에는 아직 부족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가족”

2020년대 스포츠계에서 노력하는 완벽주의자의 최고의 사례는 스코티 세플러(미국)다. 타고난 재능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강한 승부근성을 갖고 있는 그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PGA 챔피언십에 이어 디오픈까지 제패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US오픈만을 남겨놓게 된 셰플러는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셰플러는 21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그는 단독 2위 해리스 잉글리쉬(미국)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 통산 17승째이자 메이저 통산 4승째를 올린 그는 우승 상금으로 310만달러를 받았다.
콘페리투어를 거쳐 2019~2020시즌부터 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셰플러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21~2022시즌이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포함해 4승을 차지한 그는 전세계 골프팬들이 주목하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이후에는 무섭게 우승컵을 수집했다. 2022~2023시즌 두 차례 정상에 오른 그는 지난해 7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하면 그가 우승을 차지한 횟수는 8번이나 된다.
올해도 셰플러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손바닥 부상으로 인해 2월이 돼서야 복귀한 그는 곧바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앞서 PGA 챔피언십, 더CJ컵 바이런 넬슨, 메모리얼 토너먼트까지 정복했고 페덱스컵 랭킹과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모두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 4년간 디오픈에서 2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던 셰플러는 올해 그토록 바라던 클라렛 저그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셰플러는 “디오픈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최종일 8번홀에서 더블 보기가 나왔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차분함을 유지한 덕분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인생 최고의 집중력이 발휘하며 디오픈 우승을 차지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3세 때 골프를 시작한 셰플러는 텍사스주립대학을 졸업하고 2018년 6월 프로로 전향했다. 아마추어 시절 맹활약을 펼친 만큼 셰플러에게는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없어 월요 예선과 미니투어를 전전해야 했다. 당시 PGA 투어의 3부 격인 캐나다 매켄지투어 한 대회에서 대기 순번 100번을 받았지만 셰플러에게 포기란 없었다.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한 그는 이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교되는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100주 연속 세계랭킹 1위와 54홀 선두시 10연속 우승 등이 대표적이다. 셰플러가 우즈의 뒤를 이어 새로운 골프 황제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확실한 목표 의식에 있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노력하는 완벽주의자적 면모가 셰플러를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셰플러를 6세 때부터 지도하고 있는 랜디 스미스 스윙코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지 목표가 생기면 어떻게든 이뤄냈던 게 셰플러다. 어렸을 때부터 셰플러의 목표 의식과 승부욕은 남달랐다.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자세를 갖추고 있던 선수가 셰플러인데 꾸준히 노력한 끝에 세계 최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셰플러의 또 하나의 성공 비결로는 스윙 동작 등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진짜 골프를 하는 것을 꼽았다. 스미스 스윙코치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스윙을 계속해서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공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셰플러가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자였다면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플러가 연습 라운드를 할 때 트랙맨과 같은 스윙 분석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셰플러는 “연습장에서는 어드레스와 백스윙 등 동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와 스핀량, 발사각 등 샷 데이터를 확인한다. 그러나 라운드를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 골프를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아무리 좋은 스윙과 샷을 구사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프로 골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은 해안가에 자리한 링크스 코스다.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코스보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단단해 런이 많이 발생한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적으로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닌 여러 상황에 맞춰 스코어를 내는 다양한 방법을 연마했던 그는 디오픈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셰플러가 앞으로 US오픈 정상에 오르면 골프 역사상 첫 골든 그랜드슬래머이자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는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인 만큼 아직까지 새로운 기록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메이저 통산 15승을 거둔 우즈와 비교되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는 이제 메이저 4승을 거둔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신을 낮췄다.
앞선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 연습장과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는 것으로 유명한 셰플러는 디오픈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생의 본질적인 만족은 우승에서 오는 게 아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가족”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