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절대 1강’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우승)’라는 골프 용어까지 소환할 정도였다. 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LG 트윈스의 이야기다.
2023시즌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90, 1994, 2023) 통합우승을 달성했지만, 지난해 최종 3위(76승 2무 66패)에 머문 LG는 비시즌 전력 보강에 힘썼다. 2024시즌 KIA 타이거즈 V12에 힘을 보탠 우완 장현식을 4년 총액 52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총액 36억 원)에 데려왔으며, 두산 베어스에서 활동하던 베테랑 우완 김강률도 3+1년 최대 14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9억 원)에 손을 잡았다.
이 밖에 자유계약(FA)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향한 최원태의 보상 선수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좌완 최채흥을 품에 안았으며, 테스트를 통해 경험이 풍부한 우완 사이드암 심창민마저 영입했다.


시즌 시작도 좋았다. 개막 7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 했다. 4월 19일 기준 18승 4패를 적어내며 차분히 2위와의 격차를 벌렸다.
사령탑의 자신감 역시 차올랐다. 4월 중순 만났던 염경엽 LG 감독은 “우승했던 2023년 느낌과 비슷하다”며 “(지난해) 세대교체를 위해 어린 선수들을 넣었는데, 준비가 덜 돼 좀 고전을 했다. 그 과정을 거쳐 올해 그 선수들이 고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조금씩 해주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나 기세는 서서히 떨어졌다. 홍창기(왼 무릎 인대 파열), 에르난데스(왼 허벅지), 장현식(광배근 미세 손상) 등 부상자들이 발생했으며, 타격 사이클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후 LG는 꾸준히 선두 다툼을 벌였으나, 지난 달 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5-10으로 패하며 단독 1위를 한화에 내줘야 했다. 이어 그달 27일에는 잠시 공동 1위에 올랐으나, 곧 다시 2위로 내려왔다.
전반기 성적은 48승 2무 38패로 2위. 1위 한화 이글스(52승 2무 33패)와는 4.5경기 차로 격차가 다소 벌어져 있으며, 1경기 차 3위인 롯데 자이언츠(47승 3무 39패)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4승 3패 평균자책점 4.24), 요니 치리노스(7승 4패 평균자책점 3.48) 등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에르난데스는 부상으로 약 한 달간 자리를 비웠으며, 기복이 심했다. 치리노스는 6월 고전을 면치 못했다. 6월 월간 평균자책점은 5.20에 달했다. 이들을 대신해 임찬규(8승 3패 평균자책점 2.88), 손주영(7승 6패 평균자책점 4.15), 송승기(8승 5패 평균자책점 3.39) 등 토종 자원들이 분전했지만,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
타선의 부진 또한 심각했다. 전체적인 타격 페이스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신민재(타율 0.306 1홈런 29타점)가 왼 무릎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홍창기의 빈 자리를 잘 채웠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그럼에도 선수 뎁스가 두텁기에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 마무리 유영찬(1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비롯해 김진성(3승 2패 1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3.60), 박명근(3승 4패 4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4.32), 이정용(2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4.09), 장현식(2패 9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76), 이지강(1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54), 함덕주(평균자책점 10.13) 등 불펜 자원들이 가장 풍부한 팀 역시 LG다. 외국인 투수들 및 타선만 부활한다면 언제든 다시 선두 경쟁에 가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편. 과연 LG는 후반기 다시 최강자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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