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 생활을 시작했다.
포항은 7월 4일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기성용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성용은 “포항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됐지만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훈련장이나 시설 등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어색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기성용은 2006년 FC 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셀틱 FC(스코틀랜드),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요르카(스페인) 등을 거쳤다. 기성용은 2020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고 한국 복귀를 알렸다. 기성용이 한국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성용은 “동계 훈련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서울에서 우승컵을 들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에게도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경기장 많이 찾아 달라’고 했었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진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 부상을 당하고 힘들었지만, 마지막인 까닭에 더 열심히 재활에 매진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은퇴를 고민했었다”고 했다.
기성용은 덧붙여 “딸이 ‘아빠는 왜 안 뛰어’라고 하더라. 딸이 아빠가 뛰는 걸 보고 싶어 했다.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렇게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나를 응원해 준 모든 분께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기성용은 포항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포항 박태하 감독과 인연이 있다. 박 감독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을 보좌한 코치였다. 기성용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 진출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기성용은 김성재 수석코치, 김치곤 코치와도 서울에서 인연이 있었다. 포항 최고 선임인 신광훈과는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기성용은 “예전부터 포항의 훈련 시설 등이 좋다는 이야긴 많이 들었다. 스틸야드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축구전용구장만의 좋은 분위기를 느꼈다. 포항은 잔디 관리도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선수단 분위기도 끈끈하다. 팬들도 큰 사랑을 보내주신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기성용은 포항으로 와서 유럽에서 활약하던 때를 추억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포항에 와 보니 잉글랜드에서 뛸 때가 생각나더라. 포항은 스완지, 선덜랜드와 아주 비슷한 분위기다. 포항에 와서 바다를 보니 스완지, 선덜랜드 시절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는지 떠올랐다. 좋은 기억”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포항에 합류하자마자 구단에서 사진 촬영을 비롯한 이것저것을 많이 시키더라”며 웃은 뒤 “그것도 저에 대한 사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선 모든 분이 반겨주셨다. 큰 환영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 팬들의 사랑은 남은 축구 인생을 보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전 소속팀이 된 ‘친정’ 서울에 대한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아주 큰 사랑을 받았다.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었다. 하지만, 우승컵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이번 이적으론 팬들이 큰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게 나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에 대한 보답인 것 같다. 서울도 더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 시즌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축구계에선 ‘기성용이 은퇴를 미룰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기성용은 “올해 초의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며 “지금은 기회를 주신 박태하 감독님과 포항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항만의 분위기와 철학이 있다. 팀에 빠르게 적응하겠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가 가진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공유하면서 팀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는 게 쉽진 않을 거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서 잘 적응해 보겠다”고 했다.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