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와 김혜성, 키움히어로즈 시절 함께했던 두 선수가 빅리그 무대에서 만난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의 소속팀 LA다저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3경기 시리즈를 시작한다. 두 팀의 시즌 첫 대면이다.
이번 시리즈는 이정후와 김혜성이 빅리그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둘은 이날 경기전 훈련 시간에 잠시 만나 가벼운 인사와 포옹을 나눴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빠진 김혜성이 타격 훈련 마지막 조로 훈련하는 사이 이정후가 동료들과 스트레칭을 하러 나오면서 만남이 성사됐다.
두 선수는 경기 전날에도 만날 수 있었다. 다저스는 휴식일이었고, 샌프란시스코는 덴버 원정 마지막 경기를 낮 경기로 치르고 LA로 이동했다. 보통은 한국 선수끼리 맞대결을 앞두고 이렇게 시간이 비면 선수끼리 만나 식사 자리를 가지며 회포를 풀기도 한다.
그러나 두 선수는 그럴 수 없었다. LA가 현재 처한 상황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현재 LA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진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LA 지역에 주방위군과 해병대까지 파견하면서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사이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도심 지역 일부를 대상으로 저녁 8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통금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시내에서 멀지않은 다저스타디움은 통금 지역을 살짝 비껴가 예정대로 경기를 할 수 있게됐다.
경기는 할 수 있지만, 선수들은 발이 묶였다. 자이언츠 구단은 이정후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원정 숙소 근처를 벗어나지 말 것을 권유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구단 경호팀에서 버블 안에 머물 것을 권유했다. 숙소와 경기장만 오가며 각자 할 일을 할 것을 요청했다. 불운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모두가 무거운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해야한다. 호텔과 경기장만 오가면 된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김혜성과 이정후도 만날 수 없었다.
이정후는 “지금 상황이 안좋다. 경기장에서 만나면 되는 것”이라며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시리즈 이틀째인 현지시간 토요일에는 LA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대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이정후는 “토요일은 무조건 나가지 말라고 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웬만하면 다 호텔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수선한 상황에도 큰 위협은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구단에서 경호를 잘해주고 있어서 걱정은 안 된다”고 말했다.
LA에 머물고 있는 김혜성도 “밤에 조금 시끄러운 것을 빼고는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며 상황을 전했다.
그는 “원래 만나기로 했지만, 지금 통행 금지도 있고해서 (밖에서) 만나지 못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안전이 제일 우선이다. 힌 이틀전부터 연락했는데 일단 안정을 취하고 각자 경기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며 말을 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최대한 경기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현재 사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솔직히 말하면 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일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적인 답변을 할 수 없을 거 같다”며 말을 아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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