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해란은 5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아이빈스의 블랙 데저트 리조트 골프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쳤다.
합계 26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 인뤄닝(중국)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9월 FM 챔피언십 이후 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한 그는 우승 상금으로 45만달러(약 6억2200만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유해란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첫날부터 9언더파를 몰아쳤던 그는 둘째날과 셋째날에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마무리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헨젤라이트와 인뤄닝이 추격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유해란은 올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3승째를 확정했다.
유해란은 "내가 쳤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 골프가 너무 잘됐다. 개인 최고 성적인 23언더파를 깨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해 더욱 기쁘다. 내 골프와 스윙을 믿고 집중했던 게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첫 톱10에 든 유해란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그는 "메이저 대회 직전에 퍼터를 바꾸는 건 미친 짓이다. 하지만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 너무 느낌이 좋아 새로운 퍼터를 캐디백에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유해란이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제로 토크 프로토 퍼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직진성이다. 퍼터에서 토크는 헤드가 샤프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힘을 의미한다. 유해란이 사용하고 있는 퍼터는 토크가 없는 제로 토크 퍼터인 만큼 일반 퍼터와 비교해 헤드 로테이션이 이뤄지지 않아 공을 조금 더 똑바로 보낼 수 있다.
유해란은 "헤드 페이스가 열려 퍼트를 놓치는 실수를 많이 했는데 지금의 퍼터를 사용한 뒤 거의 나오지 않게 됐다. 어드레스 때도 이전보다 편안함이 느껴진다. 라운드를 치를수록 믿음이 커졌는데 퍼터를 바꾸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우승이 값진 또 하나의 이유는 최종일 선두로 출발한 상황에서 거둔 첫 승이기 때문이다. 유해란은 "직전 대회였던 셰브론 챔피언십처럼 54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우승을 내준 아픈 경험이 몇 차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전략대로 경기를 하면서 내 것만 제대로 하면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는 계획한 대로 경기를 했고 LPGA 투어 통산 3승째를 올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교한 샷과 위기 관리 능력도 이번 대회를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유해란은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에서 각각 91.07%와 87.5%를 기록했다. 샌드 세이브율은 100%로 벙커에 빠진 세 번 모두 파 이상을 잡아냈다.
21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헨젤라이트와 인뤄닝이 공동 2위에 자리했고 옌류(중국)가 19언더파 269타 단독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혜진과 전지원, 이소미, 이미향 등은 13언더파 275타 공동 12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김효주와 임진희 등은 공동 20위에 포진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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