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4~5선발 찾기 왕좌의 게임이 시작된다. 계약 마지막해를 맞은 이승엽 감독의 운명도 상당 부분 이 결과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두산의 스프링캠프 1순위 과제는 주전 3루수-유격수 찾기와 4~5선발 확정이다. 굉장히 쉽지 않은 미션이지만 결과가 좋을 경우 얻을 기대값 또한 상당히 큰 편이다. 특히 4~5선발을 순조롭게 찾을 경우 과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만한 최강 마운드 구축이 기대된다.
가능성은 지난해 보여줬다. 2024시즌 두산의 팀 평균자책은 리그 4위에 해당하는 4.82였다. 특히구원진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4.54의 팀 구원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리그 최다인 600.1이닝을 소화하며 선전했다. 구원 등판 숫자가 628회로 가장 많았다. 거기다 터프세이브(10개)와 터프홀드(24개)도 각각 리그 1위였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였다.
두산이 오프시즌 신인왕 출신의 전 필승조 정철원을 롯데 자이언츠로 과감하게 트레이드 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유가 충분했다. 새로운 신인왕 클로저 김택연을 중심으로 이병헌-홍건희-김강률-최지강이 포진한 불펜진이 완벽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 이들이 건재한 두산 불펜은 올 시즌에도 리그 최강으로 꼽힌다.
문제는 선발진이었다. 지난해 두산 선발진은 외국인 에이스 브랜든 와델이 14경기(7승 4패 평균자책 3.12)로 6월 이탈한 끝에 단 1경기도 뛰지 못한채로 시즌을 마쳤다. 2020년 20승을 거뒀고 2023년에도 31경기 13승 9패 평균자책 2.67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라울 알칸타라도 부상 이후 복귀해서 단 12경기서 2승 2패 평균자책 4.76으로 무너진 끝에 교체됐다.
이후 조던 발라조빅, 시라카와 케이쇼 등의 대체 선수들이 선발진에 합류했지만 이들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총 4명의 외인 투수가 거둔 승리가 겨우 15승에 그쳤을 정도로 외인 선발진이 크게 흔들렸다. 거기다 토종 선발 투수 최원준도 24경기서 6승 7패 평균자책 6.46으로 커리어 최악의 시즌에 그쳤다. 결국 곽빈 홀로 15승 9패 평균자책 4.24의 성적으로 다승왕에 오르며 고군분투했던 24시즌 두산 선발진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 선발진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다르다. 우선 두 자리가 완전히 싹 바뀐 외인 투수들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에이스 후보인 좌완투수 콜 어빈은 빅리그 통산 134경기(593이닝)에서 28승 40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한 수준급 좌원이다. 특히 어빈은 지난 시즌에도 29경기(111이닝·선발 16번)에 출격해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을 써낸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또한 콜 어빈은 메이저리그에서 90경기 선발로 나섰을 정도로 경쟁력을 이미 증명했던 경력의 투수다. 2021년(10승 15패 평균자책 4.24)과 2022년(9승 13패 평균자책 3.98)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이제 겨우 31세로 막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란 점에서 합류 전부터 올해 강력한 다승왕 후보로 꼽힌다.
또 다른 좌완 외국인 투수 잭 로그도 최근 성적이 출중한 28세의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LA 다저스 등을 거쳤으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19경기(70이닝)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7.20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특출난 것은 없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 로그는 24경기(13경기 선발·93.2이닝)에 나서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싱커, 체인지업, 커터, 스위퍼를 구사하는 로그는 두산이 3년간 관찰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선수로 생소함과 까다로움의 장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낼만한 선발투수라는 평가다.
실제 2명의 외국인 투수는 호주 시드니의 두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이미 두 차례씩 불펜 투구를 소화하며 순조롭게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두산은 모든 투수들이 최소한 1일까지 한 차례씩 불펜 투구를 진행했다.
토종 에이스 곽빈도 컨디션이 좋다. 1일 첫 불펜 투구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순조롭게 스프링캠프 투구 스타트를 끊었다. 외인 2명의 투수와 곽빈까지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면 이들의 1~3선발은 리그에서 최강으로 꼽힐만한 포텐셜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거기다 최승용, 김유성, 김민규 등 4~5선발 후보들은 세 차례의 투구로 80구만에 투구수를 끌어올릴 정도로 현재 좋은 페이스를 자랑한다. 최원준과 이영하도 개인훈련의 결과를 불펜 투구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게 현재 두산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박정배 투수코치는 “외국인 투수와 국내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투수진 전반적으로 준비를 잘한 게 느껴진다. 선발 후보군과 불펜 자원들 모두 각자 목표한 바가 확실한 만큼 의욕이 느껴진다”면서 “전반적인 흐름이 좋지만 개개인 상태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시키고 있다. 지금의 모습을 실전까지 이어간다면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마운드 구상이 가능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까지 4선발 후보로 가장 앞서는 선수는 단연 최승용이다. 캠프 출발 전 만났던 이승엽 감독은 “지금은 큰 변수가 없다면 최승용을 4선발로 생각하고 있다. 최승용이 건강을 유지해 풀타임 선발로 뛴다면 우리 선발진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승용은 2021년 프로 데뷔 이후 여러 차례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2023년에는 34경기서 111이닝을 소화하며 3승 6패 1홀드 평균자책 3.97을 기록하며 드디어 가능성을 꽃피우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팔꿈치 피로골절을 당하는 등 커리어 기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만개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올해 최승용이 이 감독의 기대대로 선발 한 축에서 자리 잡는다면 남은 두산의 5선발 및 예비선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23년 2라운드 19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우완투수 김유성이 올해 두산 선발진의 가장 큰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게 내부의 평가다. 김유성은 개인 사생활의 논란 끝에도 두산이 2라운드에 지명을 강행했을 정도로 김유성의 투수로서의 가능성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지난 2시즌간 24경기서 단 1승 2패 평균자책 7.08에 그치며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김유성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두산 코칭스태프들이다. 김유성 또한 가을 피닉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단계를 순조롭게 밟으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벌써 40구-60구-80구로 이어지는 불펜 투구를 했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김유성은 “지난해 가을 피닉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 그리고 지금까지 흐름이 잘 이어지고 있다”라며 “전력분석팀에서 ‘팔 스윙을 짧게 가져가면서 하체 밸런스에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며 현재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유성은 “확실히 공에 힘이 붙은 느낌이 들고, 트래킹 데이터도 좋게 나온다. 캠프는 준비 과정”이라며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이 모습과 이 밸런스를 유지해 팬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최승용, 김유성을 비롯해 최준호, 최원준, 김민규까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투수들이 치열하게 4~5선발 경쟁을 펼쳐 시즌 개막전부터 예비 선발까지 로테이션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두산 입장에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그리고 두산의 4~5선발 찾기는 2022년 가을 두산과 3년 계약을 맺은 이승엽 감독의 운명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의 마운드가 안정된다면 가을야구 진출과 호성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값이다. 반대로 두산 선발진이 올해도 어려움을 겪는다면 지난해 고군분투했던 불펜진의 어려움은 올해 더 커질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팀의 성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 두산 선발진의 운명은 어느 쪽이 될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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