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동성 끌림이란 레버리지 상품의 자산가치가 장기적인 우하향 추세를 그리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100만원짜리 주식이 하루 10% 하락하고 다음날 10% 상승하면 99만원(100만원→90만원→99만원)이 된다.
반면 이 주식의 3배 레버리지 상품은 91만원(100만원→70만원→91만원)이 된다.
또 레버리지 ETF는 스왑 계약의 활용 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레버리지 ETF의 장기 투자는 금물로 여겨진다.
다만 출시 기간이 오래된 지수 기반 레버리지 ETF들은 초창기보다 주가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전 세계 최초의 레버리지 ETF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S&P500(SSO)' '프로셰어스 울트라 QQQ(QLD)'는 각각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성과를 일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2006년 6월 20일에 동시 상장된 이 상품은 이달 27일 기준 상장일 대비 각각 1376%와 6487%의 수익률(순자산가치 기준)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S&P500·나스닥100지수는 422%, 14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년여 동안 레버리지 상품의 성과가 기초지수 수익률보다 3.3배(S&P500), 4.6배(나스닥100) 높았던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상장 이듬해인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2008년에는 급기야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며 증시가 폭락했는데도 나타났다.
이들 상품은 2008년 한 해에만 70% 내외의 폭락을 경험했다. 이후 폭락 직전의 전고점 경신을 위해서는 약 5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이 찾아오자 2배 레버리지 ETF는 결과적으로 기초지수보다 3~5배 높은 성과를 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미국 주식시장이 최근 15년간 역대급 호황을 보인 결과라고 지적한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주가지수 전 기간에 대해 금리 비용과 변동성 끌림을 고려했을 때 레버리지 상품의 성과는 기초자산 지수 투자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증시 부진이 길어졌다고 여겨지는 한국은 어떨까.
한국 최초의 레버리지 ETF는 2010년 2월 22일에 상장한 'KODEX 레버리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를 일일 2배로 추종한다.
KODEX 레버리지는 지난 15년간 145%의 상승률을 기록해 102% 오른 코스피200보다 약 1.4배 좋은 성과를 냈다.
2배 수익률은 내지 못했지만, 변동성 끌림을 이겨내고 우상향에는 성공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레버리지 ETF가 원금 손실을 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상품 전략이 시장 상황과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들 상품은 단일 주식 대비 적은 변동성을 보이는 시장 대표 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또 레버리지 배율을 2배로 제한해 시장 충격을 상대적으로 완화했다.
무엇보다도 2010년대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며 글로벌 주식시장이 이례적인 상승 흐름을 보인 것이 이들 상품의 우상향 추세를 견인했다.
반면 단일 주식 레버리지 ETF는 초창기 상품이 전멸했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출시된 화이자, 나이키, 페이팔 단일 주식 롱 레버리지 ETF는 2023년 출시 1년여 만에 시장 하락을 이겨내지 못하고 청산됐다.
단일 종목은 지수보다 가파른 등락을 보여 급락장의 투자 리스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장기 투자를 노리는 단일 주식 레버리지 ETF가 해외에 등장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를 활용해 적극적인 거래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홍콩에 상장된 'CSOP 버크셔 데일리 2X 레버리지'는 시장 급락 상황에서도 방어력을 입증했던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를 일일 2배로 추종한다.
왕이 CSOP자산운용 부사장은 "버크셔해서웨이는 경제 위기도 잘 버틸 수 있는 기업"이라며 "이 상품은 테슬라나 엔비디아 레버리지 ETF보다 운용 비용이 낮으므로 장기 투자나 레버리지 포지션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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