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지주의 총 7개 자회사에서는 새 대표가 임기를 시작했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까지 새해를 맞이하며 전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것이다.

우리은행에 그만큼 세대교체가 중요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합병으로 탄생했지만, 아직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해 계파 갈등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은행장을 임명하는 건 통합 세대 등장을 앞당길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최대한 계파 색채가 덜한 인물이 수장으로 나서 은행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합병 이후 입행한 임원의 탄생 시기도 당길 수 있는 것이다.
정 행장은 기업금융 전문가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이 수년 전부터 강조한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정 행장은 1995년 입행한 후 중소기업전략부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등을 맡으며 기업 고객을 두루 상대해왔다.

아울러 서울 종로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를 방문해 중소기업 지원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원비즈플라자는 정 행장이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시절부터 고도화 작업을 펼치며 공들인 공급망 금융 플랫폼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카드 대표로 외부 인사를 임명하는 실험도 했다. 우리금융이 그룹 주요 계열사인 카드사에 외부 출신을 대표로 선임한 건 처음이다.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는 1989년 삼성카드에 입사한 이래 30여 년간 카드 업계에 종사하며 마케팅, 고객관계관리(CRM), 리테일, 운영 등 주요 영역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우리카드는 성장성이 정체돼 새로운 반등 계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의 2023년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에도 극적인 상승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 대표는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다양한 카드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우리카드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경쟁력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리천장 깨기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2019년 지주사 재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 CEO를 선임한 것이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정현옥 우리신용정보 대표는 1970년생의 여성 리더다. 1992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이래 강남영업본부장, 투자상품전략그룹 본부장,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을 역임하며 혁혁한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우리신용정보는 정 대표가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 채권 회수율을 개선하고 비추심 부문 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여타 자회사 대표는 본업 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인물 위주로 선별했다.
기동호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대표적이다. 1993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그는 여의도기업영업본부장, IB그룹 부행장,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기업금융 전문성을 갖췄다. 기 대표는 기업금융 현장을 두루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캐피탈의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김범석 우리자산신탁 대표는 1990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대기업심사부장,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 국내영업부문장을 지낸 여신심사·부동산금융 분야 전문가다. 책임준공형 사업장 등 자산신탁사 이슈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이뤄내야 한다.
김건호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는 자금시장, 해외 영업, 시너지 영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역량을 쌓았다. 1988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이래 글로벌투자지원센터장, 우리금융지주 미래사업추진부문장,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2022년 출범한 젊은 조직인 만큼 김 대표는 체계 정비 주도와 성장 엔진 발굴이라는 과제를 맡게 됐다.
유도현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1994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비서실장, 런던지점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거쳤다. 특히 전략·재무·인사에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는다. 유 대표는 펀드 서비스의 사무 관리 역량을 강화해 대형 자산운용사로서 신규 사무 관리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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