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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00만명 찾는 현충원 추모 넘어 도심 힐링명소로

"도심 속 보물같은 공간"
방문객 5년새 2배 늘어

  • 김송현
  • 기사입력:2025.08.15 17:41:36
  • 최종수정:2025.08.15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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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참배객. 매경DB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참배객. 매경DB
엄숙한 추모의 공간으로만 여겨지던 현충원이 도심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잔디,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휴식과 산책, 역사 체험을 겸한 나들이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15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방문객은 약 217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102만명)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충원 방문객 수는 수년 내로 팬데믹 이전인 2018년(295만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이처럼 현충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현충원이 단순한 추모 시설을 넘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류현우 씨(25)는 "현충원은 도심 속 보물 같은 공간이다. 메타세쿼이아나 꽃 관리가 잘돼 있어 걸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경건해진다"고 말했다.

현충원의 정돈된 경관과 여유로운 분위기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는 인공연못과 둘레길 등 수려한 자연공원이 조성돼 있다.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가족, 연인, 동호회 단위로 주기적으로 현충원을 찾는 시민도 많다.

다만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소음이나 쓰레기 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방문객이 늘면서 원내 질서 문제에 관한 민원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음주, 흡연, 반려견 동행 등 추모에 방해되는 행위는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현충원 측은 관람객 안내 표지판을 늘리고, 자원봉사자와 연계해 질서유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방문 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넓은 현충원 용지에 비해 직원 수가 적어 철저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현충원 면적은 축구장 약 210개에 해당하는 144만㎡(약 44만평)에 달하고, 대전현충원은 이보다 2배 이상 넓은 322만㎡(약 97만평)에 이른다. 반면 각 현충원에 상주하는 직원의 수는 70여 명에 불과하다.

매년 참배를 위해 현충원을 찾는다는 염 모씨(56)는 "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는 장소"라며 "선조들은 물론, 현충원을 찾은 다른 시민을 위해서라도 방문객 스스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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