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방문객은 약 217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102만명)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충원 방문객 수는 수년 내로 팬데믹 이전인 2018년(295만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이처럼 현충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현충원이 단순한 추모 시설을 넘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류현우 씨(25)는 "현충원은 도심 속 보물 같은 공간이다. 메타세쿼이아나 꽃 관리가 잘돼 있어 걸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경건해진다"고 말했다.
현충원의 정돈된 경관과 여유로운 분위기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는 인공연못과 둘레길 등 수려한 자연공원이 조성돼 있다.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가족, 연인, 동호회 단위로 주기적으로 현충원을 찾는 시민도 많다.
다만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소음이나 쓰레기 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방문객이 늘면서 원내 질서 문제에 관한 민원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음주, 흡연, 반려견 동행 등 추모에 방해되는 행위는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현충원 측은 관람객 안내 표지판을 늘리고, 자원봉사자와 연계해 질서유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방문 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넓은 현충원 용지에 비해 직원 수가 적어 철저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현충원 면적은 축구장 약 210개에 해당하는 144만㎡(약 44만평)에 달하고, 대전현충원은 이보다 2배 이상 넓은 322만㎡(약 97만평)에 이른다. 반면 각 현충원에 상주하는 직원의 수는 70여 명에 불과하다.
매년 참배를 위해 현충원을 찾는다는 염 모씨(56)는 "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는 장소"라며 "선조들은 물론, 현충원을 찾은 다른 시민을 위해서라도 방문객 스스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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