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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악역 부담에…기약없는 총장 인선

심우정 前총장 퇴임 한 달 넘게
후보추천위 구성조차 못해
하마평 실종에 후임 오리무중
'사실상 마지막 총장' 부담에
일부 후보는 제안 고사한듯
檢 조직적저항 구심점 없애려
의도적 인사 지연설도 나와

  • 이승윤
  • 기사입력:2025.08.15 17:41:34
  • 최종수정:2025.08.15 17: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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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등 검찰개혁안을 확정한 가운데 현 검찰조직의 마지막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차기 검찰총장 인사가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관의 문을 닫는' 악역을 맡겠다는 검찰총장 후보를 찾는 데 정부가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검찰개혁 속도를 내기 위해 일부러 총장 인선을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일 퇴임한 후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총장 후보군으로 구자현 서울고검장(52·사법연수원 29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55·29기),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7·27기), 주영환 전 부산고검 차장(55·27기), 예세민 전 춘천지검장(51·28기), 이근수 전 제주지검장(54·28기)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후보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하마평이 실종되면서 '깜깜이' 상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검찰총장 인선이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이 검찰청 폐지 임무를 완수할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일부 인사가 제안을 고사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지금 검찰총장을 맡게 되면 사실상 검찰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악역을 맡느니 차라리 향후 새로 설립되는 공수처장을 맡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가 의도적으로 검찰총장 인선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총장이 없어야 검찰청을 폐지하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 덜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일부러 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은 신설되는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안, 기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기소청' 또는 '공소청'으로 개편하는 안에 더해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찰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과거 검찰 고위직을 역임했던 한 변호사는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총장은 이미 확정된 검찰개혁안을 수행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후배 검사들의 원망과 비난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결국 총장이 정부 대신 검찰 조직원을 선택하는 시나리오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대표적인 예다. 김 전 총장은 당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조직을 택하고 사직서를 던졌다.

'윤석열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거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하며 힘을 실어줬지만 그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들고 야당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같은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해 이재명 정부가 섣불리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는 파격적인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최강욱 전 의원 같은 개혁 의지가 확실한 분을 검찰총장으로 선임해야 된다"며 "지금 임은정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하자, 그러한 요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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