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타이밍이 겹치면 불필요한 의심이나 비난을 살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말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도 요새 날 때마다 배가 유독 자주 떨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공시한 이후 독점 폐해를 우려하는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로 재편되면 소비자 편익은 줄고 기업 이익만 커질 것이라는 의심이 이어졌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면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주요한 내용을 2019년 기준 제공 상품 및 서비스보다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의 행보는 독점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애매모호한 규제 틈새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지속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이 주력 장거리 항공기의 이코노미석 좌우 간격을 1인치(2.6cm) 줄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B777-300er 이코노미석의 기존 3-3-3 배열에서 한 석 늘리는 이른바 ‘닭장 배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앞좌석과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엑스트라 레그룸’에 요금을 매기려다 여론에 밀려 철회한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2023년엔 마일리지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혜택을 축소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정부와 정치권 압박이 커지자 백지화한 일도 있다.
마일리지 제도 개편, 전방 좌석 유료화 시도, 좌석 간격 축소까지 모든 일이 공교롭게 겹쳤을 뿐 독점과는 무관하다는 게 대한항공의 해명이다. 대한항공은 매번 “세계적 흐름이다”, “소비자 선택권은 여전히 보장된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더는 우연이 아니다. 독점이 아니라는 말은 반복되지만 결과는 언제나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쾌적함은 줄고, 혜택은 깎이고, 기업 이익은 그만큼 커진다.
대한항공의 ‘우연’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는 공교롭게도 12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안에 퇴짜를 놓았다. 대한항공의 독점적 지배력 확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경고로 읽힌다. 하늘 위의 움직임을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