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레일바이크 8개 천사상 ‘사기’
신안군은 318개 작품 모두 철거 고민
교황 성지순례지 솔뫼성지도 당해
![충남 당진 솔뫼성지. 사진 속 조각상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음. [사진=한국관광공사]](https://wimg.mk.co.kr/news/cms/202503/04/news-p.v1.20250304.f507f2c46e0941efa95fcd81d33449fc_P1.jpg)
경북 청도, 전남 신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던 충남 당진 솔뫼성지까지 당했다. 그것도 한명의 사기꾼에게 제대로 걸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프랑스가 인정한 세계적인 조각가라며 유명세를 얻었던 남성이 알고 보니 전과 6범의 사기꾼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프로방스 마을로 경북권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청도는 한 유원지가 발칵 뒤집혔다. 신라시대 화랑 같은 옛 조상 모습을 재현한 대리석 조각상 19점이 설치돼있는데, 모두 이 작가의 작품이다. 청도군은 다른 곳에 설치된 1점까지 총 20점을, 세계적인 작가라고 알려진 최 바오로라는 사람에게 2억 9700만 원을 주고 2년 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도군이 뒤집어 진 건 최근 대구지법은 이 조각을 설치한 최 씨 이력이 모두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사기죄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다.
지역지 도보에 따르면 청도군은 심의 절차도 지키지 않고 조각상 구매를 결정했고, 최 씨는 조각상을 중국 공장에서 들여온 걸로 전해졌다.
청도군 여행 핫플레이스 레일바이크 공원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이곳에는 총 8개의 하얀색 대리석 천사상이 있다. 모두 최씨 작품이다. 이번 법원 판결 후에 청도군은 이 8개 상을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UN이 정한 세계적인 마을로 지정된 ‘퍼플섬’으로 알려진 전남 신안군도 멘붕이다. 신안군은 지난 2019년 하의도를 ‘천사의 섬’으로 꾸미겠다며 최 씨 작품 318점을 설치했다. 현재는 철거를 고민 중이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방문해 천주교 내 성지순례지로 꼽히는 솔뫼성지 역시 엇비슷한 분위기다. 솔뫼성지 뿐 아니라 서울권역까지 최씨 작품이 두루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천주교구는 시설물 설치의 경우 하느님에게 바친다는 뜻의 축성을 거치기 때문에 철거 결정도 쉽지 않아 당혹해 하고 있다.
관광업계 한 교수는 “지자체 건축물의 경우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대한민국 전역의 지자체들이 한꺼번에 당한 사건으로는 전무무후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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