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우·보수 유튜버의 소득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 이슈 전문 채널을 표방하며 유튜브에 뛰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동안 새 동영상이 올라오지 않고 정전 상태에 있던 유튜브 채널도 수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고 있고, 정치 이슈와는 무관한 주제로 운영되던 채널도 ‘우파 전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실시간 방송을 송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윤 대통령 관련 소식을 유튜브로 접하고자 하는 지지층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는 데다, ‘젊은 보수’ 채널에 대한 주 시청자들의 ‘슈퍼챗(후원)’ 인심도 후하기 때문이다.
30일 유튜브 분석 플랫폼 플레이보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A채널은 지난 24일 기준 구독자 5만8000여 명을 기록하며 최근 한 달 사이 구독자 수가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벌어들인 슈퍼챗 수입은 약 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A채널은 지난해 말 정치 유튜버로 돌연 변신한 사례다. 이전까지는 국내 여행 관련 브이로그(V-log·일상 기록 영상)를 올리는 데 집중했는데, 7~8시간 안팎의 실시간 영상을 송출해도 조회수가 1000회를 넘는 일은 손에 꼽았다.
반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를 실시간 중계한 영상은 6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A채널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서울서부지법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실시간 방송을 송출했다. 지난 19일 헌법재판소 앞 시위를 실시간 중계한 영상은 조회수 26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또 다른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인 B채널은 지난해 12월 26일 개설됐다. 지난 24일 기준 구독자 수는 약 2만명을 기록했다. 신생 채널이 한 달 만에 2만명 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물량공세가 주효했다.
최근 한 달 사이 B채널에는 동영상 300여 개가 올라왔는데, 대부분은 1분 미만 분량의 짧은 영상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참석하는 집회 현장을 찾아 틈틈이 실시간 중계도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B채널은 소개말을 통해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편, 말미에는 ‘자율 후원 계좌’ 명목으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기재했다.
2016년부터 운영된 C채널은 정해진 주제 없이 그때그때 다른 영상을 올리다 최근 들어선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정치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달가워하는 것은 진보 성향 유튜버를 자처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야당을 옹호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린 D채널은 최근 윤 대통령 동선을 따라다니기 바쁘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 지난 18일 밤에는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실시간 중계 영상을 송출했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열린 지난 21일에는 윤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를 따라 국군서울지구병원까지 이동하며 생중계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브 채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시청자, 돈벌이를 목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유튜버, 두 주체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라며 “구독자가 많은 상위 채널뿐 아니라 신생 채널들에도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반짝하고 그칠지, 더 심화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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