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나비효과…후방산업 내수 직격탄
![지난 12일 오전 대구 중구에 위치한 북성로 공구·철물거리. [사진=위지혜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6/25/news-p.v1.20250613.7b5b03e5dc2945a287eaf4c3a5c11220_P1.png)
지난 12일 찾아간 대구 북성로 공구·철물거리. 10대부터 철물거리를 지켜봐온 철물점 대표 조정태 씨는 75년 인생 중 지금이 ‘최악’이라고 했다. 조씨는 “내가 중학생 때 야간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여기서 기술을 배웠어요. 그런데 지금이 최악의 경기라고. IMF 때보다 더해”라고 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납품하러 하루에 다섯 번은 가게를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한 달에 두어 번만 (납품하러) 가면 끝”이라며 “구멍가게만도 못하다. 석 달째 이런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성로 공구·철물거리는 6·25전쟁 당시 미군 부대의 군수물자와 폐공구를 수집하던 것을 시작으로 공구 상점이 모여들며 번화했던 곳이다. 한때는 ‘설계도만 가져오면 대포도 만들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 최고의 공구골목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리에 이따금 트럭이 오갈 뿐 한산한 분위기였다.
조씨는 원인으로 멈춰버린 건설경기를 꼽았다. 그는 “거리를 봐라. 공사를 안 하니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토요일이 되면 반은 문을 닫는다”며 “관세 문제도 있지만 건설경기가 좋아져야 한다. 공사가 잘 되면 건설하는 사람들이 일을 끝내고 막걸리를 한 잔씩 한다. 그러면 경기가 산다. 지금은 아무도 소비를 안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종합건설업의 국내 건설공사 평균 수주액은 2021년 148억6000만원에서 2024년 114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2개사에 불과했던 종합건설업체 부도 건수도 2024년 11개사로 대폭 늘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021년 6848가구에서 2024년 1만7229가구로 2.5배 늘었다.
대구에서는 건설업 후방 산업인 철물·인테리어 업계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부산·경상권 아파트 입주율은 62.6%로 전월 대비 9.6% 감소한 상황. 공구·철물거리에서 인테리어 장식품을 파는 김 모씨(37)는 “입주율이 낮으니 손님이 없고 분양가가 높다보니 입주를 해도 손님들이 인테리어를 따로 안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철물거리에서 일한 지만 12년이 되는데, 지금이 제일 매출이 안 나온다. 평일에는 손님이 10명 올까 말까”라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온라인으로 판매 경로를 넓히며 불황을 극복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줄어들어 전년 대비 매출이 30%가량 줄었다.
![지난 12일 오후 대구 서구에 위치한 원대가구 명물거리. [사진=위지혜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6/25/news-p.v1.20250613.b16795780ea5444b89eb03e1f9d6a214_P1.png)
1950년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대구 원대가구명물거리도 매한가지다. 온라인 가구 소비가 늘어난 탓이 크지만, 지역 가구 소비가 줄어든 점도 큰 원인이다. 이택재 원대가구명물거리 번영회장은 “대구에 아파트는 많다. 하지만 입주율은 30~40%밖에 안 된다”며 “옛날 같으면 입주 아파트에 협력 업체로 등록을 해서 광고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주율이 워낙 낮으니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80개에서 25개로 점포가 줄어든 원대가구명물거리에는 현재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1인 기업으로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단지가 많이 나왔던 경기 평택시도 시름에 잠겨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에 찾은 평택 청북가구단지에서는 폐업한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전 폐업’을 걸어놓은 상점에서는 불을 끈 채 주인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가구점을 방문한 기자에게 직원들은 ‘첫 손님’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청북가구단지 [사진=위지혜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6/25/news-p.v1.20250613.4b47bead9bb24d36803fa5992b3a1e3a_P1.png)
입주민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하는 한 상인은 “2~3년 전 월 매출이 2억원이었다면 지금은 1억원”이라며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해도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 마이너스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철물·가전·가구 등 후방 산업은 전국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전·가구 판매액은 2021년 50조원에 달했으나 2024년 42조원으로 감소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귀속연도 2023년 기준 전국 철물점의 평균 연매출은 1억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침구·커튼가게 평균 연매출도 8967만원으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골목상권을 넘어 업계 1·2위 기업도 타격을 받았다. 가구업체 한샘은 내수 기준 매출이 2022년 2조1301억원에서 2024년 2조164억원으로, 현대리바트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상품 매출 실적은 2021년 3550억원에서 2023년 3119억원으로 감소했다. ‘공룡 가구기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케아는 충남 계룡점, 대구점 신설 계획, 평택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취소했다. 건축 착공 물량이 줄면서 창호 등 건자재와 건축용 페인트 업계도 수요가 줄어 매출이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면서 지난달 신규 공인중개사 개업자는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0명대까지 줄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한 공인중개사는 959명, 개업 공인중개사는 742명으로 집계됐다. 호황기 때는 은퇴한 중년, 주부, 청년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몰리면서 ‘국민 자격증’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최근 폐업하는 공인중개사가 개업 수를 오히려 크게 웃돌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사회의 모든 것이 건설업, 부동산업과 연결돼 있다. 이게 침체된다는 것은 내수 산업에 10%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당장 공사할 수 있는 3기 신도시의 5년 내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면 공급 부족도 해결하고 건설경기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평택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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