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성로 공구·철물거리는 6·25전쟁 당시 미군 부대의 군수물자와 폐공구를 수집하던 것을 시작으로 관련 상점이 모여들며 번화한 곳이다. 한때는 '설계도만 가져오면 대포도 만들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 최고의 공구골목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리에 이따금 트럭이 오갈 뿐 한산한 분위기였다. 조씨는 원인으로 멈춰버린 건설경기를 꼽았다. 그는 "거리를 봐라. 공사를 안 하니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토요일엔 반은 문을 닫는다"며 "공사가 잘되면 건설하는 사람들이 일을 끝내고 막걸리를 한잔씩 한다. 지금은 아무도 소비를 안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전국 종합건설업의 국내 건설공사 평균 수주액은 2021년 148억6000만원에서 2024년 114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2개사에 불과했던 종합건설업체 부도 건수도 2024년 11개사로 대폭 늘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021년 6848가구에서 2024년 1만7229가구로 2.5배 늘었다.
대구에서는 건설업 후방 산업인 철물·인테리어 업계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구·부산·경상권 아파트 입주율은 62.6%로 전월 대비 9.6%포인트 감소한 상황. 공구·철물거리에서 인테리어 장식품을 파는 김 모씨(37)는 "입주율이 낮으니 손님이 없고 분양가가 높다 보니 입주를 해도 인테리어를 따로 안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철물거리에서 일한 지만 12년이 되는데, 지금이 제일 매출이 안 나온다. 평일에는 손님이 10명 올까 말까"라고 했다. 온라인 판매도 줄어 전년 대비 매출이 30%가량 줄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단지가 많이 나왔던 경기 평택시도 시름에 잠겨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에 찾은 평택 청북가구단지에서는 폐업한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전 폐업'을 걸어놓은 상점에서는 불을 끈 채 주인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철물·가전·가구 등 후방 산업은 전국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전·가구 판매액은 2021년 50조원에 달했으나 2024년 42조원으로 감소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철물점의 평균 연매출은 1억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침구·커튼가게 평균 연매출도 8967만원으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골목상권을 넘어 업계 1·2위 기업도 타격을 받았다. 가구업체 한샘은 내수 기준 매출이 2022년 2조1301억원에서 2024년 2조164억원으로, 현대리바트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상품 매출 실적은 2021년 3550억원에서 2023년 311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케아는 충남 계룡점, 대구점 신설 계획, 평택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취소했다. 건축 착공 물량이 줄면서 창호 등 건자재와 건축용 페인트 업계도 매출이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면서 지난달 신규 공인중개사 개업자는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700명대까지 줄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공인중개사 폐업은 959명, 개업은 742명으로 집계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사회의 모든 것이 건설업, 부동산업과 연결돼 있다. 이게 침체된다는 것은 내수 산업에 10%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당장 공사할 수 있는 3기 신도시의 5년 내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면 공급 부족도 해결하고 건설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기획 : 건설산업연구원
매일경제신문사
[대구·평택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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