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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北의 美비난은 전략…미북회담 정상궤도"

"북한이 지금껏 말해온 비핵화 韓·美와 개념 같은 것 확인돼"…文발언, 협상회의론 불식 의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공동대응…FTA 추진·이중과세방지 매듭
韓·싱가포르, RCEP타결 주도…스마트시티 건설 공동파트너로

  • 오수현
  • 기사입력:2018.07.12 18:02:56
  • 최종수정:2018-07-12 22: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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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리셴룽 총리와 정상회담
<b>싱가포르에 '문재인·김정숙 난초'</b><br>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에서 열린 난초 명명식에 참석해 리셴룽 총리 내외와 김정숙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문재인·김정숙 난초'를 어루만지고 있다 . [싱가포르 = 김재훈 기자]
<b>싱가포르에 '문재인·김정숙 난초'</b><br>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에서 열린 난초 명명식에 참석해 리셴룽 총리 내외와 김정숙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문재인·김정숙 난초'를 어루만지고 있다 . [싱가포르 = 김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관련 미·북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북·미 정상 간 합의는 잘 이뤄졌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을 위한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잇달아 진행된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할리마 야콥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미 간 협상은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 돌입했다"며 "결과를 아무도 낙관할 순 없으나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을 모아간다면 북·미 협상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평가가 엇갈리지만 저는 양측이 정상적 과정에 진입했으며 구체적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후속 실무협상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이 불거지고 기대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 같은 입장이 미·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서 회담이 열린 지 딱 한 달 만에 나온 것이어서 문 대통령이 미·북회담의 중재자로서 다시 한 번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년여간 '중재자'로서 현 단계까지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문 대통령으로선 최근 불거진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이 말해온 비핵화와 미국·한국이 얘기해온 비핵화의 개념이 같은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비핵화 개념에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자신들은 성의를 다해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이며 이는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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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간 이견 노출은 양측의 협상 전략에 따른 것으로, 비핵화라는 양측 목표는 흔들림 없는 만큼 이 정도 견해 차는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 조치가 과거와 같은 제재 완화나 경제적 보상이 아니라 적대 관계 종식과 신뢰 구축이라는 것이며 이는 북한의 과거 협상 태도와 큰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연내 타결해 보호무역주가 확산되는 세계 무역 기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며 "싱가포르와 한국은 개방 국가이자 자유무역 국가로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양국 경제성장의 토대는 자유무역과 개방 정책"이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 질서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도 "RCEP와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경제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 양국이 자유롭고 열린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대응하자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조속한 시일 내 양국 간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을 매듭짓는 동시에 연내 RCEP를 타결하고 FTA 체결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오늘 우리는 현재 약 200억달러 수준의 교역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해서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며 "싱가포르는 한국에 아세안 국가 중 제2위 교역국이자 제1위 투자국인 만큼 양국의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활용한다면 발전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이중과세협정의 조속한 마무리 △싱가포르 교통·인프라스트럭처·에너지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 노력 △첨단산업·인공지능·핀테크·바이오의료 등 4차 산업 분야에서 협력 증진 △중소기업·스타트업 분야 교류·협력 강화 △해외 스마트시티 분야 공동 진출 등 사항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건설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서 해외 스마트시티 시장에도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기업들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개발과 관리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 강점을, 우리 기업들은 정보기술(IT)력과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두 나라의 강점이 결합되면 아세안 지역을 포함한 세계 스마트시티 분야를 함께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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