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감사 나서고도 “비대위 회의록 못 받아”
“권영세·권성동 ‘면담’은 회의록 확인 뒤···”
한 전 총리 입당 때 기탁금·당비 1억여원 납부

지난 대선 당시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꾸려고 시도한 사건을 조사 중인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출범 2주가 되도록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록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무감사위는 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권영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조사도 회의록을 확보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무감사위는 조사를 ‘면담’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당내 일각에선 경선과 전당대회를 거쳐 선출된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려고 한 사건이 자칫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묻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일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무감사 진행상황에 대해 중간발표를 했다.
일단 당무감사위는 사건 당일인 지난 5월 10일 새벽 상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회의록 등 관련 자료 확보에 실패했다. 당 기획조정국이 자료 제출에 대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은 “(당무감사) 시작 약 2주가 지났다. 저희는 당시 비대위원들을 면담해 의견을 청취했다”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이양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최형두 임이자 최보윤 비대위원에 대해 의견 청취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 대상자 중) ‘회의록을 작성한 걸 봤는데 그걸 보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다수”라며 “(자료를) 기조국에서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쪽 허락을 받고 제출한다는데 답이 없어 어제 김 위원장에게 전화해 오늘 오전 10시 전까지 조치해달라고 했지만 제출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당헌·당규상 자료 요구 권한이 있냐는 질문엔 “협조 요청할 규정이 있다”며 “(거부하면) 경우에 따라선 징계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당 기조국은 지도부의 명확한 승인이 있어야 당시 비대위 회의록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장은 “회의록을 주겠다는 확답을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에게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 논의해서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오늘 전혀 조치가 안되어 있다”고 답했다.
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조사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 위원장은 “자료를 받아 확인한 다음 내용을 숙지하고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을 면담해 조사를 마무리할 생각”이라며 “회의록이 있어야 진상 확인을 완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문수 당시 후보와 한 전 총리도 면담할 지에 관해선 “김 후보 측은 의향을 물었는데 본인이 아니고 근처 분이 당무감사에 부정적인 것 같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한 전 총리는 실무진과 접촉이 있었는데 상황을 봐야 한다”고 유보적으로 답했다.
한 전 총리와 관련해 제기된 당 차원 예산 지원, 기탁금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확인 결과 한 전 총리를 대통령 후보로 전제해 당 예산을 쓴 건 없다”며 “당시 단일화 얘기가 있어 누가 (후보가) 될지 몰라 촬영 스튜디오를 예약한 사실은 있지만 그 비용은 한 전 총리가 지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덕수 후보’ 이름이 인쇄된 선거 운동복이 제작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가 지난달 10일 새벽 입당한 게 맞냐는 의혹에 대해선 “5월 10일 오전 3시 9분 대리인을 통해 서류 제출된 것이 확인됐다. 장소는 당사가 아니라 국회 본관 228호로 기조국 직원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입당원서를 제출하며 기탁금 1억 원, 직책 당비 3개월 치 900만 원 등 총 1억900만 원을 납부했다고 유 위원장은 덧붙였다.
당무감사를 지시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곧 끝나는 만큼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당시 지도부였던 권영세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조사도 못해보고 그냥 덮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공당에서 있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르고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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