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남색에 흰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6분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피켓 시위나 야유 없이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기립해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중 여러 차례 국민의힘 의원들을 언급했다. 그는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의 기준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당 의원들만 박수를 치자 "(박수에) 감사하다.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어서 쑥스럽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입장·퇴장 시를 제외하고 연설 도중에만 총 11차례 박수를 받았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에 동참하지 않았고, 일부 의원은 연설 도중 눈을 감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내달라"며 "야당 의원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나 의견이 있으면 적극 제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입장할 때와는 반대로 퇴장 시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국민의힘 쪽을 향해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목례로 화답했는데, 이 대통령은 발걸음을 옮겨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반(反)이재명' 공세의 선두에 섰던 중앙대 동문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며 이야기를 듣다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이 대통령이 퇴장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은 안 된다고 두 번 이야기하자 대통령이 '알았다'며 어깨를 툭 치고 갔다"고 설명했다.
[구정근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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