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에서 한덕수 출마 강하게 비판
李 “3년간 민생·경제·평화 망가져
국정책임자로 좋은 평가 받았었나
국정·선거관리 맡다가 선수로 뛰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02/rcv.YNA.20250502.PYH2025050215750001300_P1.jpg)
강원·경기 접경지역에서 경청투어를 진행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12·3 계엄 사태 단죄에 합당하지 않을뿐더러 3년간 국정을 망가뜨린 책임자라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라”고 질타한 것이다.
2일 이 후보는 인제 원통시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 전 총리의 출마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민주주의·헌법 파괴 세력을 단죄하려고 준비하는데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총리가 12·3 계엄령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은 셈이다.
국정 실패 책임도 물었다. 이 후보는 “3년간 민생·경제·평화·안보가 망가졌는데 실질적인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했는지도 돌아보면 어떻겠느냐”며 “선거관리를 맡은 분이 갑자기 선수로 뛰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돌아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을 향해선 말을 아꼈다. 전날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 후보는 “재판이 정상적으로 제대로 진행됐는지는 재판받는 제가 말씀드릴 건 아니다”며 “국민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만 말했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보완하려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탄핵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와 당 지도부·원내지도부에서 하는 일”이라며 민생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화천군 중앙로의 한 군장점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이 사준 병장 계급장이 달린 육군 모자를 쓰고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02/rcv.YNA.20250502.PYH2025050209250001300_P1.jpg)
이날 이 후보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대화·협력·교류를 재개하겠다며 대북 정책 로드맵을 처음으로 밝혔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장하고자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페이스북을 통해 접경지 공약도 따로 발표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9·19 군사합의는 무력화됐고 남북 대화는 끊겼으며 국가 경제는 후퇴했다”며 안보와 경제가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접경지 공약도 남북 협력 재개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하고 소통 채널을 복원해 군사 충돌을 비롯한 남북관계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재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접경지 맞춤형 경제 정책도 꺼내 들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조정해 재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경기도 접경지 42%, 강원도 50.2%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며 “작전 제한이 없는 보호구역은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불필요한 군 방호벽은 철거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에서 엄나무순을 사며 어르신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02/rcv.YNA.20250502.PYH2025050215430001301_P1.jpg)
이날 이 후보는 경청투어 이튿날을 맞아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전통시장과 상가를 누볐다. 전날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으나 이 후보는 연일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난 강원도민들이 “대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외쳤으나 이 후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법리스크에도 의연한 모습을 연출하며 대권 주자로서 안정감을 보여주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해제·조정되면 접경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규제로 묶여있어 자유로운 거래·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화천 경로당에선 어르신들과 만나 “군부대 유휴용지는 용도만 확정하면 사지 않더라도 빌려주면 된다”며 기업 유치 방안을 설명했다.
이날 이 후보는 시장 바닥을 누비며 민심을 청취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철원 동송시장에서 “경제가 나빠진 건 정치가 못해서 그런 것이며 정치가 잘못된 것은 정치인들이 잘못돼서 그런 것”이라며 “정치인이 잘못된 것은 잘못 뽑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인제 원통시장에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힘내라고 하는데 저는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여러분이 힘을 내셔야 한다”며 지지층을 다독였다. 엣 여권과 사법부를 겨눈 것으로 읽히는 발언도 나왔다. 이 후보는 “부당한 짓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하면 그냥 싸우지 말자고 방치할 순 없다”며 “잘못은 지적하고 고쳐야 세상이 더 나아진다”고 힘줘 말했다.
[철원·인제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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