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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신인' 한덕수 대권도전…빅텐트·단일화서 돌파구 찾는다

韓,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
"국가가 나아가야 국민 번영
극단 정치 버리고 협치해야"
여론조사서 13%로 보수1위
정치경험 없이 시험대 올라
反明 빅텐트 펼쳐야만 기회
국힘 단일화 잡음 과제 떠안아

  • 안정훈/진영화/김명환/오수현
  • 기사입력:2025.05.01 17:50:38
  • 최종수정:2025-05-01 23: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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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권한대행 총리직을 내려놓으며 '루비콘강'을 건넜다. 40여 년을 행정 관료로만 일해온 그가 76세 고령에 처음으로 정치에 도전하겠다는 깜짝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은 데 반해 풀어나가야 하는 일은 많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정치권 인사도 적지 않다. 당장 다음주까지 '빅텐트' 구성을 마친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 그를 재촉하고 있다. '정치 신인' 한 권한대행의 역량은 예행연습 없이 곧바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사임의 변을 담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미국발 글로벌 통상위기와 극단화된 한국 정치의 위기를 언급하며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가 주요 7개국(G7) 수준으로 탄탄하게 뻗어나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에 머무르다 뒤처지게 될지, 대한민국 정치가 협치의 길로 나아갈지 극단의 정치에 함몰될지,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의 최일선에서 제가 배운 것은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실"이라며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온 나라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한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저 한 사람이 잘되고 못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미래는 확실해야 한다"며 "앞으로 나아가며 계속해서 번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은 1970년 공직에 입직한 뒤 50년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직접 목격한 산증인"이라며 "그런 분이기에 최근의 정치·경제 위기가 본인까지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선언문에는 국회의 총리 추천제를 포함한 대연정 제안, 3년 임기를 전제로 한 분권형 개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와 반성 등 내용이 담길 것이 유력하다.



사진설명
한 권한대행은 이어 곧바로 여의도에 마련된 캠프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등이 참여하는 '빅텐트' 구축이 먼저다. 그러나 각자의 요구와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이 이미 분명히 드러나고 있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총리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무하고나 손을 잡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 권한대행이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힘을 합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리와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 등은 당명 변경, 윤 전 대통령 탈당 등 국민의힘에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은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조율이 어려워 보인다. 이 후보도 "묻지 마 단일화에 응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 권한대행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홍보물 인쇄 발주 마감일인 오는 7일까지 국민의힘 측과 단일화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 주자들이 일제히 '빅텐트 주도권'은 당 대선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김 전 장관은 1일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충남도청에서 기자들에게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는데 일각에선 김 전 장관이 불쏘시개라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불쏘시개가 이렇게 충남까지 와서 지사님을 만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전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승리한 이후 어떤 정치 세력이든 누구와도 힘을 합칠 것"이라면서도 "저를 중심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교적 단일화에 긍정적이었던 김문수 캠프 내부에서도 분열이 감지되며 한 권한대행을 범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로 추대하려던 친윤석열계 움직임에 빨간불이 켜진 형국이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응답률 19.3%)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범보수 진영에서 한 권한대행이 13%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한 전 대표는 9%, 김 전 장관은 6%를 기록했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안정훈 기자 / 진영화 기자 / 김명환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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